"자금 부족 탓에"…서울 아파트 입주율 연중 최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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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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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등세 속 고금리에 대출여력마저 부족해 입주포기사례 늘어
잔금 대출 미확보·기존 주택 매각 지연 탓
서울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아파트 수분양자가 잔금대출을 받지 못해 입주를 하지 못 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9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수요자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19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입주율은 79.2%로 전달(84.3%) 대비 5.1%p(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79.9% 이후 80%대를 유지해 오던 아파트 입주율이 올 처음으로 70%대로 추락한 것이다.

입주율은 해당 월에 입주했거나 잔금을 치른 아파트 수를 해당 월에 입주가 완료돼야 할 전체 아파트 수로 나눈 값이다. 입주율 하락은 입주 자체를 취소했거나 입주일정을 미룬 것이 원인이다.

주산연은 입주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잔금대출 미확보를 들었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 입주를 앞뒀음에도 잔금을 낼 수 없는 처지인 수분양자가 늘었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분양 이후 가격이 수요자의 기대만큼 오르지 않아 주택 감정가로 대출 한도를 평가받는 잔금대출을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 한 사례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신생아 특례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 등 저금리 상품이 출시돼 있긴 하지만 고분양가 현상이 심화하면서 서울에서는 이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주산연이 지난달 수분양자의 미입주 사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잔금대출 미확보는 22.6%로 기존 주택매각 지연(41.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기존 주택을 매각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49.1%로 절반에 가까웠고 잔금대출 미확보는 16.4%에 그쳤다.

노희순 주산연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수요자는 미래 집값 상승을 예상하고 주택을 구매한다"면서 "하지만 대출을 받은 후 서울 주택 가격이 수요자 예상만큼 오르지 않아 잔금 마련에 실패한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수년간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젊은 세대로 주택 수요 연령층이 이동했고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는 점도 원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하반기 미국과 한국 기준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금융당국에선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잔금 확보난은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 금리를 고려해 대출한도를 정하는 '스트레스 DSR 2단계'가 9월부터 시행 예정이고,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조절하기 위해 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아파트 수분양자가 정상적으로 잔금을 내고 입주할 수 있을지를 예상하는 지표인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하락 중이다. 7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전월(85.0) 대비 6.5p 떨어진 78.5를 기록했고 서울은 11.3p(105.7→94.4) 떨어졌다.

노 연구위원은 "수요자의 금융 부담은 입주를 앞둔 수요자보다 분양을 고민하는 수요자에게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금융 부담이 커지면 자금조달 여력이 줄어들고 중도금과 잔금 마련이 어려워져 일부 입주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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