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차질' 무기 삼은 노조 엄포에…삼성전자, 2분기 깜짝 실적 불구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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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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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까지 사흘간 파업 예고…노조 "합의점 못 찾으면 2차 파업도 불사"
AI발 반도체 훈풍 불구 경쟁력 약화 우려…"대외 고객사 신뢰 저하 우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는 '깜짝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생산 라인 차질'을 목표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업계에선 '노조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되면서 모처럼 맞이한 반도체 업황 상승 국면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 결의 대회에 이현국 부위원장이 구호를 제창하고 있는 모습. [사진=권용삼 기자]


8일 전삼노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 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이날 결의 대회에 기흥, 평택, 천안, 온양, 구미, 광주사업장 등에서 조합원 6540명(노조측 추산)이 참석했으며, 이 가운데 설비·제조·개발(공정) 직군에서만 5211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전삼노는 "예상 총파업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며 "설비·제조·개발(공정) 직군에서만 5000명 이상의 인원이 (총파업 현장에) 왔으니 무조건 생산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조가 밝힌 파업 참석 인원과 달리 이날 실제 집회 현장 참석 규모는 2000여명을 넘기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궃은 날씨를 비롯해 '강성 조합원' 855명에게 특별 대우를 해달라던 파업선언문 수정 논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삼성전자 경영인들이 노동자를 무시하고 노조를 탄압하는 행위에 반대를 표명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이번 파업은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결집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손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준 조합원 수가 3만657명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4% 수준으로, 3차 사후 조정회의가 있었던 지난달 말 이후 1600명 이상 증가했다.

이현국 부위원장은 "반도체 공정의 자동화에도 불구하고 설비 관리 엔지니어나 즉각적으로 변화값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설비가 멈추면 안정화에 최소한 하루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수요일에 복귀한다고 해도 설비 가동이 정상화에 이르기까지 며칠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8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결의 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 모습. [사진=권용삼 기자]


앞서 노조는 사측에 △전 조합원에 대한 높은 임금 인상률 적용 △유급휴가 약속 이행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으로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 기준 개선 △파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 손실에 대한 보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사측과 교섭을 벌여온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하고 지난 5월 29일 사상 처음 파업을 선언했다. 노조는 이번 파업 기간 노사 협상이 전향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15일부터 5일간 2차 파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올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상승세를 돌입한 가운데, 노조의 강경 투쟁 방침이 반도체 사업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올 2분기 10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인 8조268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전삼노가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중심으로 구성된 만큼, 라인에서 돌발 상황 발생 시 설비 점검 등의 대처가 잘 안되면 생산 차질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총파업 집회를 생중계한 전삼노 유튜브 방송에서는 일부 임직원들이 채팅창에 "파운드리 클린 라인이 멈췄다", "15라인 품질사고 발생"이라는 글을 올리며 파업의 영향을 알렸다.

아울러 일각에선 이번 파업이 생산 차질을 넘어 삼성전자의 대외 고객사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경우 고객사 요구에 부합하도록 맞춤 설계와 적기 생산이 핵심이지만, 파업 여파가 지속되면 파운드리 사업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집회에선 노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정현호 사업지원TF장(부회장),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 김기남 고문 등 주요 경영진의 이름을 일일히 거론하며 '노동자 무시하는 오인방, 에라이 XXX'와 같은 다소 날선 구호를 제창했다. 특히 "3일간 회사에서 오는 전화를 받지 말고 사무실에 복귀하지 말라"며 조합원들에 파업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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