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재반격"…한미 경영권 분쟁 2라운드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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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다윗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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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선 '키맨' 신동국…"모녀의 경영권 재탈환 시도" 해석
사실상 장악한 한미약품…지주사 이사회는 반반 구도로
쉽지 않은 등기이사 해임…국민연금 '캐스팅보트' 전망
약 3개월 전 오너가 임종윤·종훈 형제 측 승리로 끝났던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키맨'으로 꼽히는 개인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측 지지를 철회하고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모녀와 손을 잡으면서다.

모녀와 신 회장은 이미 이사회를 장악한 상태인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 대표 자리를 사수하고,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에 전문경영인을 새 등기이사로 선임해 이사회 균형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포진한 형제 측 인사들을 해임하는 건 쉽지 않을 전망이라, 당분간 교착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송영숙(왼쪽)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그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 [사진=아이뉴스24]


6일 송영숙 회장 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회장은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의 지분 6.5%(444만4187주)를 매수하는 계약과, 이들 세 사람이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의결권공동행사약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18.93%로 늘었다. 창업주 일가 모녀의 남은 지분(15.86%)과 직계가족, 우호지분 등을 합하면 악 48.19%로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의 과반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반면 오너가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각각 12.46%, 9.15%다. 두 형제의 우호지분을 합산하더라도 29.07%에 그친다. 앞서 형제는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모녀와 벌인 표 대결에서 신 회장이 힘을 실어준 덕에 경영권 분쟁의 승기를 잡았지만, 약 3개월 만에 신 회장이 입장을 바꾸며 다시 경영권을 내줄 위기에 처했다.

형제 측은 일련의 상황이 "경영권 분쟁이 아니다"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모녀와 신 회장이 입장문을 통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이들이 경영권 재탈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는다. 형제는 경영권 확보 후 장남이 주요 계열사인 한미약품 대표, 차남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맡아 '뉴한미'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해 왔는데 이를 에둘러 저격했다는 것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계획대로 임종훈 대표가 사령탑을 맡았으나, 한미약품의 경우 돌연 이사회가 연기되며 기존처럼 박재현 대표가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모녀와 신 회장은 우선 한미약품은 기존 박재현 대표 체제를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오너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이다. 형제 측이 막긴 어렵다. 임종윤 사내이사가 한미약품 대표로 선임되려면 이사 과반수가 출석하고, 이들 중 과반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하지만 한미약품 이사회 10인 중 형제 측 인사는 자신들과 남병호 이사 3명뿐이다. 송 회장이 지주사 경영권을 가지고 있을 때 선임된 이사 6인과 모녀와 손을 잡은 신동국 회장은 반대표를 던질 것이 유력하다.

한미약품 본사 사옥. [사진=한미약품]


사실상 이미 장악한 상태인 한미약품과 달리 한미사이언스에선 격전이 예상된다. 우선 모녀와 신 회장은 임시 주총을 열어 자신들의 측근인 전문경영인 1명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9명 중 장·차남 측 인사는 5명, 모녀 측 인사는 4명인 터라 5대5 구도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임종훈 대표를 해임하고 경영권을 장악하는 건 쉽지 않다. 결국 장·차남 측 인사를 해임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해야 하는데, 이사 해임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총 발행주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가령 모든 주주가 참석했다고 가정하면 이사 해임 안건에 66.7%가 찬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모녀와 신 회장은 우선 형제를 직접 만나 그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표 대결로 경영권을 탈환하는 것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현실적으로 주총 참석률 100%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액주주의 주총 참석률이 낮아질수록 우호지분을 많이 확보한 모녀 측이 유리하다. 주총 결과를 좌우하는 실질 의결권 비중은 총발행주식수가 아닌 주총 참석 주식수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경영권 분쟁 당시 형제 손을 들어줬던 소액주주들이 이번에도 몰표를 던질 것이란 보장도 없다. 경영권 분쟁 이후 주가가 더 내려갔기 때문에 소액주주 사이 '형제에게 실망했다'는 말이 심심찮게 오가는 중이다.

특히 한미사이언스 지분 6.04%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힘을 실어줄 경우 이사회 과반 탈환이 예상보다 쉬울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현 경영진 편을 들었고, 지난달 열린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도 임종윤 후보 등 형제 측 인사 3명을 한미약품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을 반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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