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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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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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영웅 난다…'AI 반도체 전쟁'서 빛날 리더십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다. 인류의 역사에서 영원한 패권은 없었다. 절대적인 강자라 여겨졌던 왕조도 시간이 흐르며 힘을 잃고, 그 틈에 새로운 세력과 영웅이 일어나 또 다른 패권을 향해 생사를 건 전쟁을 벌인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전 세계 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적 핵심 영역인 반도체 산업은 마치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새로운 디지털 혁명의 불씨를 댕겼던 것과 같은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AI라는 새로운 시장의 등장은 전통적인 강자에겐 위기감을 불러 일으키고, 신기술을 앞세운 신진 기업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그동안 뒤처졌던 기업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그야말로 반도체 산업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셈이다.

반도체 산업이 처음 꽃을 피운 것은 미국이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며 제조 원가를 낮추기 위해 생산 설비는 아시아권으로 옮겨졌다. 대만과 일본이 그 수혜를 봤고, 후발 주자였던 한국은 일본이 주춤한 사이 치고 들어가 현재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석권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AI의 대중화가 본격화하면서 이제는 다시 미국과 일본이 뺏겼던 반도체 생산 주도권도 되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의 첨단 산업 기술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소위 '칩스법'을 제정해 보조금을 앞세워 자국내 반도체 생산 기반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질세라 일본도 TSMC 공장을 유치하고,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대적인 지원을 하는 등 반도체 굴기에 나섰다.

반도체 산업은 초기에 생산 측면에서는 노동 집약적 산업이었지만, 이제는 생산과정 대부분이 자동화된 데다 AI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며 단순히 원가경쟁력 이상의 가치가 평가받는 산업이 됐다. 세계 첨단 산업을 이끄는 핵심 기술인 반도체의 패권을 되찾음으로써 세계 경제 패권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해 왔던 한국의 반도체 사업이 현재의 지위를 앞으로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란 보장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다. 메모리 1위였던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있어서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한 수 뒤졌다는 뼈아픈 지적을 받고 있다. 적수가 안 된다고 봤던 3위 미국의 마이크론도 HBM 시장에서 대반전을 꾀하며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마이크론은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꿈꾸는 미국 정부라는 든든한 뒷배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약 2주간 미국의 동부와 서부를 가로지르는 출장을 다녀왔다. 글로벌 빅테크들과의 협업을 모색하기 위해 빽빽한 일정으로 강행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22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 회장도, 최 회장도 단연 출장의 화두는 AI와 반도체다. 그룹 총수로서 이들은 저마다의 리더십을 발휘해 AI 시대의 전략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두 회장 모두 선대회장으로부터 과업을 이어받아 한국의 산업이 중추가 되는 삼성과 SK그룹을 이끌고 있다. 선대회장들이 기업을 키워낸 이야기는 '신화'처럼 전해진다. 그 신화들은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리더십이 일궈낸 성과다.

AI 시대가 문을 연 오늘날의 반도체 '춘추전국시대'는 삼성과 SK가 또 한 번 쓸 수 있는 신화의 좋은 토대다. 메모리 최강자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물론, 새롭게 열리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빅테크들을 넘어서고 시장을 주도하는 새로운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기업으로 이끄는 리더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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