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장비사, 배터리 업황 악화에 설비 공급 줄줄이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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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전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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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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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제품. (이미지=게이티이미지뱅크)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배터리 업황 부진으로 이차전지 장비사들의 설비 반입도 연기되고 있다. 매출 반영이 늦어지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규 수주가 감소하는 내년이 더 큰 위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차전지 장비사들은 최근 설비 공급 계약 기간이나 일정 변경을 잇따라 공시했다. 조립 공정 장비사 디이엔티는 넥스트스타에너지에 공급하는 이차전지 제조 설비 계약기간 종료일이 7월 4일에서 내년 1월 24일로 연기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넥스트스타에너지와 316억원 규모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납기 일정 변경으로 종료일이 6개월 이상 밀린 것이다.

활성화 공정 장비사인 에이프로도 넥스트스타에너지 장비 공급 계약 종료일이 7월 1일에서 12월 17일로 정정됐다고 공시했다. 에이프로는 지난해 11월 넥스트스타에너지와 598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넥스트스타에너지 요청으로 계약 종료일이 변경된 것으로 풀이된다. 넥스트스타에너지는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가 설립한 합작법인(JV)으로, 이 회사는 캐나다 윈저시에 49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전기차 업황 위축에 따른 공장 건설 속도 조절 영향으로 장비 공급 일정을 미룬 것으로 분석된다.

이외에 씨아이에스, 원익피앤이, 티에스아이 등도 최근 장비 공급 계약 기간이 지연됐다고 공시했다. 최소 1개월에서 4개월가량 계약기간 종료일이 늦춰졌다. 씨아이에스는 전극 공정 장비, 원익피앤이는 활성화 공정 장비, 티에스아이는 믹싱 장비가 주력 제품인 설비사로 이들 업체가 일정 변경을 공시한 공급 계약 규모는 각각 732억원, 680억원, 93억원이다.

이같은 계약 기간 변경은 장비사에 악재로 작용한다. 설비사는 통상적으로 고객사로부터 선수금을 받고 설비 제작에 돌입, 선적과 반입이 모두 마무리돼야 잔금을 수령한다. 계약 종료가 연기되면 잔금 지급 기일이 미뤄지면서 실적 반영도 늦어지게 된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둔화로 배터리 제조사들이 공장 가동을 서두를 이유가 없어져 설비 반입 시기를 늦추고 있다”며 “시황 반등 전까지는 이런 움직임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전기차 캐즘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인 차원에서 투자 계획을 재조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에 구축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했고, SK온은 포드와 JV인 블루오벌SK 켄터키주 2공장 가동 일정을 당초 목표인 2026년보다 늦추기로 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최근 회사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지금은 투자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기”라며 “꼭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민첩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장비업체들의 실적 보릿고개는 내년에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배터리 장비사 대표는 “업황이 좋았던 지난해 상반기까지 확보한 수주가 많아 공급 일정 연기에도 수주잔고는 매출에 순차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며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되면 내년에는 설비 신규 주문 자체가 감소하는 '수주 절벽'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장비사 설비 공급 계약 기간 정정 공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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