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친환경 가전 지원사업이 빠뜨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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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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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추진할 때 목적이 두 가지 이상인 경우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고효율 가전구매 지원사업과 환경부의 친환경 보일러 교체 지원사업도 두 개의 목적을 갖는다. 첫 번째는 상대적으로 비싼 친환경 가전을 저소득층도 쓸 수 있도록 구매 부담을 덜어주는 것. 두 번째는 친환경 가전을 널리 보급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두 가지 목적 가운데 저소득층 구매 부담 경감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고효율 가전구매 지원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이 해당 제품을 구매할 때 구매비용의 10~20%를 지원한다. 친환경 보일러 교체 지원사업은 저소득층이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 가스보일러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한다. 친환경 보일러는 일반 제품에 비해 약 20만원 비싸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노후 보일러를 친환경 보일러로 교체하면 연간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87%, 19%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두 사업 모두 친환경 가전 구매 촉진 효과가 있지만 온 국민이 아닌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췄다. 고효율 가전 지원사업은 내년 예산이 33억원 늘어날 예정이지만 올해와 마찬가지로 저소득층만 지원한다. 친환경 보일러 교체 지원사업은 올해는 일반 51만명, 저소득층 1만명을 대상으로 시행했지만 내년에는 일반 지원을 없애고 저소득층을 늘려 2만명에게 지원한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 대한 지원 폭을 넓힌 것이다.

이들 조치는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목적에는 부합하지만 친환경 정책만 놓고 보면 의미가 퇴색한다. 지원 대상을 좁히면 일반 시민의 친환경 가전 구매·교체 수요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친환경 보일러를 보면 올해 11월 말 기준 일반가구는 약 32만, 저소득층은 8800가구가 지원사업을 신청했다. 실제 친환경 보일러를 설치한 쪽은 일반 가구가 훨씬 많았다.

저소득층 지원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고효율 가전과 친환경 보일러가 보급될 수 있도록 일반 가구를 대상으로 한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모든 시민이 비용 부담을 덜고 고효율 가전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 대상을 넓히되 지원 금액에 차등을 두면 된다. 온실가스 감축으로 진정한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친환경 제품이 널리 보급되어야 한다.

'한 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10명의 비건지향인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같은 목적을 향해 가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모든 시민이 고효율·친환경 가전에 관심을 갖고 “이번 기회에 환경친화 제품으로 바꿔볼까”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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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자신문 전자모빌리티부 김신영 기자입니다. 가전, PC업계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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