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계좌 약 3000개 확보
ETF, 대규모 투자 개발에 필수
보유 자금량 많은 대형사 인기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퇴직연금 시장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사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 이후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퇴직연금 자금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10월 31일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영업일수로 31일 만에 현물이전 금액이 2000억원을 넘어섰다. 유형별로 IRP에서 1275억원, DC형에서 739억원이 이전됐다. 미래에셋증권도 퇴직연금 현물이전 한 달 만에 1000억원(계좌 약 3000개)을 수관했다. 이후에도 자금이 유입돼 지난주 2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로 대형 증권사에선 한 달 만에 2000억원 수준으로 적립금을 늘린 것이다. 이는 중소형 증권사의 퇴직연금 총 적립금과 비슷하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신영증권의 퇴직연금 총 적립금 규모는 2782억원이며 유안타증권은 2204억원, 우리투자증권은 2592억원이다.
한 증권사는 실물이전 성과 이유 중 하나로 800개에 달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꼽았다. 이를 비롯해 생애주기펀드(TDF)나 퇴직연금 투자를 더욱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적립식 투자 서비스 등을 개발하기 위해선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컨설팅 역량 강화, 홍보 등의 마케팅까지 포함하면 투자 비용은 더 늘어난다. 퇴직연금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대형사와 달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등을 떠안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는 자금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홍보하는 모든 것들이 다 돈인데 상황이 좋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큰 비용을 집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소형사와 대형사의 퇴직연금 사업 규모가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중소형사만의 사업 모델을 특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예로 신영증권은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에 특화된 'C레벨 연금 관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관계자는 "중소형사가 대형사에 비해 실제 서비스가 부족하거나 수익율이 낮은 게 아니"라며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면 고객 관리 집중화, 사업 모델 특화 등의 틈새시장 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업권간의 머니무브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나 예상과 달리 업권 내에서의 자금 이동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이 밝힌 현물이전 금액 중 타 증권사는 37%에 달했다. 미래에셋증권 또한 타 증권사에서 넘어온 사업자는 30%였다.
이는 퇴직연금은 운용하는 개인 사업자 특성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안전성을 우선시하는 고객이라면 은행권에서,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두는 고객은 증권사 내에서만 이동하는 것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은행에서 은행, 증권에서 증권으로의 이동도 상당한 편"이라며 "개인 사업자의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업권 내에서의 머니무브도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영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