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체포영장 놓고`오락가락 공수처, 차라리 수사에서 손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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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1.06. 오후 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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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관련 업무를 경찰에 일임하겠다는 공문을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발송한 6일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현판 모습.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권한을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넘기겠다고 밝혔다가 18시간여만에 철회했다. 지난 3일 대통령경호처의 반발 등으로 영장 집행에 실패한 이후 집행을 은근쓸쩍 떠넘기려다가 위법이라는 경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유야무야한 것이다. 공수처는 분란만 야기한채 만신창이가 됐다.

윤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공수처의 행태는 무능함의 극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사권부터 영장 신청, 체포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당초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공수처와 검찰, 경찰이 경쟁적으로 벌였다. 그러다가 중복 수사라는 비판이 커지자 공수처는 검찰, 경찰에 수사 이첩을 요구해 관철했다. "중복되는 범죄수사에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는 공수처법 제24조에 따른 것이었지만 "내란죄" 수사 권한은 갖고 있지 않아 윤 대통령 측의 반발을 샀다. 공수처는 이를 고위 공직자의 직권남용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공수처법 조항을 근거로 들며 수사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무리하게 수사권을 넘겨받았으나 무능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체포영장을 관할법원인 서울중앙지법 대신 영장 발부가 더 쉬울 것으로 판단한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해 "판사 쇼핑" 논란을 야기했다. 서부지법의 이순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영장에 경호처가 공수처의 대통령 관저 수색을 막을 수 없게 "형사소송법 110조·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적시, 입법부가 법을 무시한다는 논란을 불렀다. 영장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예외 조항이 들어간 것은 공수처의 요구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영장은 경호처의 반발로 집행조차 못했다. 수사권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윤 대통령 측과 조사 방법, 장소, 시기 등에 대한 조율 과정도 없이 밀어붙인 것이 한 요인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공수처는 2021년 4월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무마 의혹"을 받던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조사한다며 공수처장 관용차로 에스코트하는 이른 바 "황제조사" 논란으로 거센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권한 일임에 경찰 내부는 하루종일 부글부글 끓었다. 경찰 측은 "공수처가 발송한 공문엔 법적 결함이 있다"고 사실상 거부했다.

공수처의 이런 사달은 2020년 7월 문재인 정권에서 공수처를 설립, 고위 공직자에 대한 범죄 수사를 검찰에서 떼낸 데에서 원천적으로 비롯된다. 검사 수도 부족하고 수사능력도 미진한 공수처는 설립 이후 별다른 성과도 내지 못한채 예산만 축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채상병 수사도 지금까지 끝마치지 못한 상태다.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하청" 주는 행태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내란죄" 수사는 거야의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에 따라 경찰에 있다. 따라서 경찰이 수사하는 것이 마땅하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수사하더라도 공소권 또한 없다. 공수처는 차라리 윤 대통령 수사에서 손을 떼라. 그게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 국민 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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