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계엄 이후 `그라운드제로` 필요"… 25년 보수 평론가의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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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1.01. 오후 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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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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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체 수준의 쇄신 필요… 법의 문제 넘어선 상황

지금 정치판은 "목소리 큰 쪽"이 이끌어… 내각제 개헌 절실"


지난 2020년 6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제21대 총선 백서제작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합류한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민의힘 홈페이지 사진>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

"21세기에 비상계엄을 했단 것만 해도 기가 막힌데, "그래도 아직 모른다"는 식으로 한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죠. 아니 오죽하면 제가 그런 생각이 들었겠어요. 이번 기회에 아예, "그라운드 제로"(원점 재시작)에서 보수를 새롭게 재편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수성향 정치평론가로 25년간 관록을 쌓은 신율(63)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연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정국을 놓고 한탄했다. 특히 집권여당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국민의힘에 해체에 버금가는 쇄신이 필요하다고 봤다.

신 교수는 계엄 사태에 대해 "이건 이미 법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은 "내가 봤으면 안다"고, "내가 본 것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민이 그냥 생중계로 다 봤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국민과 눈높이를 맞춘다는 건 별게 아니다"고 말했다.

계엄선포 담화부터 국회의 해제요구, 최종 해제까지 6시간 국민이 목격해 형성된 인식에서 윤 대통령이 벗어날 수 없다고 그는 진단했다. 특히 "그걸 자꾸 "법리가 이렇고 저렇고" 하는 게 돼버리면 그 정당은 보수이념을 대변한다고 보기 힘들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내란 혐의 무죄추정" 등 여당 일각의 주장을 겨눈 것으로도 풀이된다. 신 교수는 "상식은 (가르쳐서) 배우는 게 아니라 그냥 습득하는 것"이라며 "기본적 상식에 입각해 보수가 행동하면 되는데, 그걸 생각 못했다거나 "배우지 못했다"면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망가진 "제도에 대한 신뢰"를 살렸던 두사람이 있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이 계엄해제안을 의결하며 망치를 두드린 장면을 모두가 봤고,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인 중 가장 빠르게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막겠다"고 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6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제21대 총선 백서제작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합류한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김종인 당시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국민의힘 홈페이지 사진>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당연하고, 모든 정당이 "그라운드 제로"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3명 임명을 거부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여당,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소추한 더불어민주당 모두 "대행의 대행" 체제불안을 초래한 책임이 크단 것이다.

신 교수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했어야 하지만, 임명 안 했다고 탄핵시킨 건 또 다른 문제"라며 "한 총리 탄핵안에 "내란 관여"를 그땐 가만히 있다가 지금 적용한 건 로마법부터 내려온 금반언(禁反言·이미 표명한 언행에 모순되는 행위 불가)의 원칙 위반"이라고 했다.

지난달 27일 한 총리 탄핵으로 최상목 권한대행이대통령과 총리를 동시 대행하게 된 국정 불안, 29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약 50분 뒤에야 최 대행이 중앙재난대책본부 회의를 연 상황까지 "민주당도 함께 책임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봤다.

탄핵 정국과 맞물려 표출되는 헌법 개정론에 관한 입장도 물었다. 신 교수는 "저는 사실 내각제 개헌이 절실하다고 본다. 대통령제 속성상 제왕적이게 될 수밖에 없는데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한다면, "8년짜리 제왕"을 뽑는 결과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첫 임기엔 여론 눈치를 볼 것"이란 얘기도 맞지 않는 게 지금 정치판은 "목소리 큰 쪽"이 이끈다. "권력 가진 쪽"을 옹호하는 큰 목소리에 여론이 왜곡된다"고 짚었다. 연방제와 양원제에 기반한 미국 대통령제와 달리 권력 분산의 필요성이 더 큰 상황이란 취지다.

그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에 대해서도 "이론적으론 소위 "책임 총리제"로 대통령 권한이 덜하다고 하지만, 지금 마크롱 대통령 이름은 다 알아도 총리 이름을 아는 사람이 있나"라고 짚었다. "내각제라면 이런 상황에 곧바로 총선을 다시 해 정권을 바꾸면 된다"고 했다.

내각제 불신론엔 "사고친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고, 지금도 의원들이 장관을 많이 한다"고 반론을 폈다. 다만 "권력을 쟁취할 가능성이 높은 세력 쪽은 어떻게든 대통령제를 유지하려 하기에 이런 내각제 주장을 해도 현실성이 없다"고 자조했다.

"목소리 큰 쪽"에 대한 비판 의식도 보였다.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 언론 기고에 주력해온 신 교수는 "유튜브를 안 하는 이유가 있다. 극단적인 진영논리를 펴야 해 제 성격에 안 맞고, 아무래도 공신력을 잃어버린다. 어쨌든 욕은 양쪽으로부터 먹는다. 참 우울하다"고 털어놨다.

신 교수는 고려대 졸업 후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제 원래 전공이 "정치 사상"이고 박사 논문은 헤겔 철학을 했다"며 "전두환 정권 말기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감이 있었고, 정치학을 정복한다는 사명감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민주화 이후 "정치 사상"에 대한 수요는 크게 줄었지만, 후학 양성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1996년부터 명지대 강단에 선 신 교수는 "제자들이 언론사에 많이 간 데서 기쁨을 느낀다. 굉장히 자랑스럽게도 생각하고,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선 많이 돕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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