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물류대란에 전기차 화재 겹치며 판매량에 악영향
지난해 연말까지 엎치락뒤치락 했던 수입차 왕좌 다툼이 올해는 다소 심심하게 막을 내릴 전망이다. 수입차 양대산맥인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량 차이가 8000대가량으로 벌어져 12월 사실상 순위가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승자는 BMW였다. 벤츠는 연초 인기 모델인 E-클래스 완전변경을 출시하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으나 홍해발 물류대란과 전기차 화재 등의 직격탄을 맞아 판매량이 다소 아쉬웠다.
2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1~11월 BMW는 6만7250대가 신규등록되며 수입차 전체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벤츠를 제치고 8년 만에 수입차 브랜드 1위에 오른 BMW는 올해도 2년 연속 왕좌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위인 벤츠는 5만9561대다. 연말 프로모션을 공격적으로 하더라도 차이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작년까지 비등비등했던 BMW와 벤츠의 판매량은 올해 들어 차이가 더 벌어졌다. 특히 전기차에서 희비가 갈렸다.
지난해 1~11월 벤츠의 전기차 판매량은 7570대, BMW는 7160대로 벤츠가 400대가량 전기차를 더 팔았지만, 올해는 BMW가 500대 더 앞섰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전반적인 판매량 감소가 있었으나, BMW(5974대)는 지난해보다 16.6% 줄어들면서 선방한 반면, 벤츠(4408대)는 41.8%나 급감했다. 테슬라를 제외한 수입 전기차 총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1.2% 줄었다.
벤츠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 8월 초 전기차 화재를 기점으로 100대 수준까지 꺾였다. 이후 10월에는 937대를 판매해 반등을 모색했으나, 11월(200대)에 다시 주저앉았다.
2018년부터 6년간 지켜왔던 베스트셀링카(트림별) 타이틀도 BMW 520에 밀렸다. 다만 모델 그룹별로는 E-클래스가 2만2021대로 1위를 지켜 그나마 체면을 지켰다.
업계에서는 벤츠가 홍해발 물류대란 여파로 E-클래스 출시 초기에 국내 인도가 늦어진 점과 8월 초에 일어난 벤츠 전기차 화재가 판매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E-클래스는 올 1월에 출시됐음에도 1월과 2월 BMW 5시리즈에 판매량이 밀렸으며, 3월에는 8위까지 떨어졌다. 벤츠는 홍해에서 시작된 물류대란으로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기대한 판매량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8월에는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나며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해당 전기차에는 세계 10위권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큰 파장을 몰고 온 바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화재 건으로 벤츠에 품질 이슈가 불거지며 기업 이미지가 다소 하락한 반면, BMW는 진보적인 디자인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면서 판매 1위를 사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벤츠는 판매량 1등이 목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사장은 다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판매량 1등이 목표였던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벤츠는 고객에게 럭셔리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