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배우자·자녀 2명 17억 상속 `세금 제로`… 巨野 설득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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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5. 오후 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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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표준 30억 초과 구간 삭제

"중산층에 상속세 부담 안지게"

정치적 영향에 종부세 보류 분석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세법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정부가 자본시장 밸류업과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상속세 최고세율 50%가 적용됐던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구간을 없애고, 자녀공제 금액을 5억원으로 상향하는 등 대규모 감세 조치를 내놨다. 20년 넘게 유지돼온 상속·증여세 체계를 합리화한 것이다. 다만 학계 등을 중심으로 요구해온 자본이득세와 유산취득세로의 개편은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도 무산됐다.

당초 거론됐던 종합부동산세 개편은 아예 빠졌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우클릭'에 나선 만큼 국회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세법개정안은 법 개정 사항으로 '부자 감세'에 반대하는 거대 야당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다. 192석을 확보해 국회를 장악한 야당이 반대하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1채 중산층엔 상속세 안 매긴다= 기획재정부는 25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을 40%로 하향 조정했다. 세율 10%가 적용되는 과표 '1억원 이하'는 바뀐 경제상황에 맞게 '2억원 이하'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상속세율은 △2억원 이하 10% △5억원 이하 20% △10억원 이하 30% △10억원 초과 40% 구간으로 구성된다. 최대주주에 적용됐던 할증평가(20%)가 삭제돼, 실효적으로 상속세율이 60%에서 40%로 20%포인트 낮아지게 된다. 상속세 자녀공제는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늘렸다. 현재 상속세 공제제도는 기초공제(2억원)와 인적공제(배우자·자녀)를 받거나 일괄공제(5억원)를 받는 양자택일 구조다. 배우자 공제는 5억원에서 30억원까지 적용된다. 배우자가 없고 자녀만 있을 경우 자녀가 6명 이상이 돼야 일괄공제보다 유리해져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배우자가 생존해 있고, 자녀가 2명인 가구에서 상속이 발생하면 기초공제 2억원에 배우자 공제 최소 5억원, 자녀공제 10억원을 더해 17억원 이상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17억원까지는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금액은 12억1490만원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오랫동안 상속세법이 고쳐지지 않은 상황에서 중산층의 세 부담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한 채 가진 중산층에게까지 상속세를 물리지는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사망 시점에 물리는 상속세 대신 자산을 처분했을 때 소득세를 물리는 '자본이득세'나 상속세도 증여세처럼 피상속인이 받는 금액에 과표와 세율을 매기는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은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다만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자녀공제를 5억원까지 늘린 건 어느 정도 유산취득세로의 소프트랜딩(연착륙)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상속세를 아예 폐지하고 자본이득세까지 가기도 한다"면서도 "우리나라에서 과감하게 일거에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까지 가긴 어렵고, 최고세율 인하에도 여러 찬반 논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으로 향후 4조3515억원의 세수 감소 효과를 예상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끊이지 않은 '부자감세' 논란도 더 커질 전망이다. 가업상속공제 확대와 최대 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폐지는 기업을 소유한 '오너'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다.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인하로 혜택을 보는 계층은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는 재산을 물려주는 재산가들이다. 정부는 최고세율 인하로 약 2400명이 1조8000억원의 세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부자감세에 반대하는 야당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갑자기 빠진 종부세… 시장·야당탓?= 지난 19일 기재부 세제실이 배포한 사전 브리핑 자료에 명시됐던 '종부세 개편'은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자취를 감췄다. 최근 급등한 부동산 가격에 정부가 부담을 느꼈거나, 개정안 작업 막판에 '정치적 판단'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7월 셋째주 0.24% 상승하면서 17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9월 3주(0.26%) 이후 5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기도 하다. 서울 전셋값도 61주 연속 올랐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장을 자극할 우려가 있는 종부세 개편 카드를 꺼내들긴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야당에 공을 넘겼다는 해석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종부세든 금투세든, 논쟁의 대상이기 때문에 마치 신성불가침한 의제처럼 무조건 수호하자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라고 말했다. 이어 24일 KBS 주관 당 대표 후보 생방송 토론회에서도 이 대표는 1가구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알아서 종부세 논의를 해주는데, 정부가 굳이 총대를 멜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아마 국회에서 (종부세와 관련해) 조금 더 논의가 되지 않을까"라며 "많은 개별 의원님들은 이거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분들도 계시고 또 의원입법을 내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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