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 근절 職 걸겠다" 김범수 낚은 이복현 특사경

입력
수정2024.07.23. 오후 8:08
기사원문
김경렬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카카오 'SM 시세조종' 수사

금감원·남부지검 공조 눈길


플랫폼 1세대 창업주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으로 수사를 주도한 금융감독원의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주목받고 있다. 금감원 특사경은 흔히 '금융 검찰' 로 불린다.

5년 전 출범해 인력을 보강해왔고 검사 출신 이복현(사진) 금감원장이 조종간을 잡으면서 날개를 달았다. 김 위원장 수사에서 검찰과의 궁합도 잘맞았다. 이 원장이 취임 초기부터 "직(職)을 걸겠다"고 공언한 불공정 거래 수사가 결과물을 낸 것이다.

2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날 김 위원장 구속으로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번 구속에 기여한 핵심 기관은 금감원 특사경이다.

특사경은 주가조작(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범죄 수사를 목적으로 지난 2019년 7월 출범했다. 압수수색, 통신조회 등 강제수사 권한이 특징이다. 이 원장이 금감원 수장을 맡기 직전에 특사경 수사 인력과 직무범위가 확대됐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특사경의 수사도 이 원장의 스타일이 다분히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할 서울남부지검과 손발도 잘 맞았다. 특사경이 혐의 정황 증거를 수집해 검찰으로 이관한 후, 남부지검은 구속 수사에 집중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4시간가량 이어진 영장심사에서 장대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 부장검사는 200여장에 달하는 자료를 준비했다. 앞서 검찰은 1000쪽 분량의 의견서를 법원에 사전 제출했다. 모두 김 위원장이 SM엔터 주식 대량 매입 계획을 미리 보고 받고 승인 했다는 혐의를 입증하는 자료다.

금감원과 검찰의 찰떡 공조에는 이 원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원장은 검사로 임관한 2003년부터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일을 시작했다. 남부지검은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양천구, 강서구 등 서울 남서부의 5개구를 관할하고 있다. 증권사가 위치한 여의도(영등포구)가 수사범위에 포함된다. 이 원장이 몸담았던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여의도 저승사자'로도 불린다.

이 원장은 검사시절에도 증권, 금융 관련 수사를 맡아왔다. 회계사시험과 사법시험을 모두 패스한 이력이 배경이 됐다. 이 원장은 검사 임용 4년만인 2006년 대검 중수부로 차출돼 현대자동차, 론스타 등 굵직한 경제범죄 수사에 합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로 재직할 당시 현대차 비자금,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수사의 실무를 맡았는데, 이때 이 원장은 수사팀에 합류해 호흡을 맞췄다. 검사 시절 축적된 엄정 수사 방식과 본인만의 원칙이 카카오 수뇌부의 퇴로마저 차단한 것이다. 카카오는 2006년 창사 이래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일각에선 카카오가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다. 김 위원장이 카카오에서 CA협의체 공동의장과 경영쇄신위원장까지 맡은 상황에서 대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도주 우려까지 인정한 점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외신인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은 지난 수십 년 간 뇌물이나 기타 혐의로 기업 총수들을 유죄 판결하고 수감해 왔다"면서 "김 위원장은 신기술 기업가 중 최초로 구속된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