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동성 배우자 인정… 가족 제도 대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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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8. 오후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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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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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건보 피부양자 등록 가능"

동성부부 경제적 권리 확장 단초


동성 연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소성욱씨(왼쪽)와 김용민씨가 손을 잡고 밝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사실혼 관계인 동성 배우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민법상 인정되지 않았던 동성 부부의 권리를 일부 인정했다. 최고 법원에서 동성 부부의 권리에 손을 들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성혼 자체 권리는 여전히 인정되지 않지만, 향후 동성 부부의 경제적 권리가 확장되는 단초를 제공해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8일 소성욱 씨가 "동성인 배우자를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인정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원고 승소(상고 기각)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령에서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다"면서 "동성 동반자는 직장가입자와 단순히 동거하는 관계를 뛰어 넘어 부부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피부양자로 인정되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소씨는 지난 2019년 동성인 김용민 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곧장 퇴사했다. 소씨는 이듬해 2월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반려자 김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그해 10월 공단에서는 소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조건에 부적합하다며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소씨의 지위를 '지역가입자'로 전환, 보험료도 새로 청구했다.

소씨는 "실질적 혼인 관계인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소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을 심리한 서울고법은 지난해 2월 건보공단의 보험료 부과 처분이 동성 부부를 이유 없이 차별한 것은 잘못됐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대법원은 "함께 생활하고 서로 부양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전통적인 가족법제가 아닌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에서조차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행위다"면서 "민법 내지 가족법상 '배우자'의 범위를 해석·확정하는 문제는 충분히 다른 국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족제도의 혼돈은 피할수 없게 됐다.

일부 대법관은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상고기각'이라는 결론에는 동의하면서도 "동성 동반자가 사실상 배우자와 동일한 집단에 속한다고 볼 수 없어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면 입법이나 위헌법률심판제도로 교정해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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