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택시 급발진` 의심 블랙박스 보니 `반전`…가속페달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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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후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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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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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전기택시 사고

운전자 급발진 주장했으나, 분석 결과 페달 오조작


천천히 주행하던 차량이 갑자기 가속을 시작한다. 운전자는 급가속에도 불구하고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밟았다 떼는 것을 반복한다.

지난 9일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시 시내 주택가를 운행하는 전기택시가 담벼락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차량을 운전한 60대 택시 운전자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다.

다만, 경찰이 페달 블랙박스 포함 총 4개 채널로 구성된 블랙박스 영상을 수거해 분석하니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페달 블랙박스에는 운전자가 골목에서 우회전한 뒤 3초간 30m를 달리는 상황에서 가속 페달을 6번 밟았다가 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일곱 번째 가속 페달을 밟은 후 충돌까지 운전자는 가속 페달을 계속 밟은 상태를 유지했으며, 충돌 직전의 차량 속도는 시속 61㎞로 추정된다. 담벼락 충돌 전까지 운전자가 단 한 번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은 '페달 오조작 사고'였다.

이 분석 자료는 지난 2월 유럽연합 유엔 경제 위원회(NECE) 주관의 분과 회의에 참석한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발표에 의해 공개됐다.

이 사례는 지난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 사고를 비롯해 급발진 주장 사고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사고 원인이 차량 결함이 아닌 페달 오조작 때문이었음을 증명하는 영상 분석자료라는 데에 의미가 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차량 결함에 의해 급발진이 종종 발생할 수 있다고 믿는 확증 편향이 오히려 사고 발생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미디어나 유튜버 등이 내놓는 자극적인 급발진 영상에 자주 노출됨에 따라 순간적으로 본인의 착각을 인정하기 않게 된다는 것이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대부분 국민들이 급발진 영상을 접하게 되면 감정을 대입하는 경향이 커 과학적·논리적으로 사건을 바라보지 못하는 경향이 크다"며 "이번 영상 분석 공개를 통해 긴 시간 동안 운전자가 페달을 오조작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유엔 경제 위원회는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ACPE)에 대한 글로벌 평가 기준과 법규 제정을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ACPE를 오래 전부터 상용화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ACPE 적용 차량이 확대되면서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사고와 사상자 수는 최근 10년간 절반으로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급발진을 주장한 택시 운전자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 JTBC 보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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