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삼성·현대차 고맙다"며 규제엔 딴소리

입력
수정2024.07.08. 오후 6:26
기사원문
장우진 기자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장우진 산업부 재계팀장

"삼성 투자 정말 감사하다", "현대차 투자 정말 감사하다." 국내 대기업들의 지역 투자 관련 행사를 할 때면 만사 제치고 찾아가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항상 하는 말이다.

한 예로 김두겸 울산시장은 작년 11월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울산 인구가 1967년 21만명에서 현재 120만명으로 느는 데는 현대차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울산시장)당선 후 현대차를 가장 먼저 찾았다. 현대차가 울산에 전기차 공장 투자를 한다고 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다. 정말 감사하다"며 진정성을 담아 고마움을 전했다. 현대차의 투자가 다른 분야의 재투자로 이어진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난 5월 보호종료 자립청년의 사회 진출 지원을 위한 삼성희망디딤돌 센터 개소식에서도 참석한 주요 관계자들은 일제히 삼성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삼성이 좋은 사업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고, 김병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그 동안 삼성이 사랑의 열매에 해준 것만 1조원 가까이 된다.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고 인사했다.

수도권 집중과 저출산 등으로 위기에 처한 지자체들은 기업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충북 오창의 경우 외국인투자지구로 지정되면서 기업 유치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송도·영종도·청라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빠른 발전을 보였다. 인천시는 현재 제물포와 강화도 지역을 새로운 지역 허브로 키우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강화의 경우 강화마리나복합단지를 비롯해 그린바이오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파운드리(위탁생산) 거점 등 다양한 메디컬 휴양·의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미국 조지아주의 경우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에 2월 26일을 '현대의 날'로 지정했다. 미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등 자국 우선주의에 나서면서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도 미 현지 투자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처럼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는 배경은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생겨나고, 지역의 규모가 커지는 등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규제는 이와 반대로 가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안전사고 예방을 이유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들의 경영 환경을 더욱 옥죄고 있고, '준비가 부족한 50인 미만 사업장은 유예해 달라'는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올 1월부터 적용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취지로 나온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기업들은 벌써부터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배임죄 폐지'의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재계는 "배임죄 폐지는 별도로 논의될 사안이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상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최근 화두인 노란봉투법도 마찬가지다. 노란봉투법은 노사관계에서 사용자 범위와 쟁의행위 대상을 하청에 재하청까지 거의 모든 협력업체로 확대하고, 사측은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이는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작년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지만, 이번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다.

다만 최근 들리는 소식 중 반가운 것으로는 'K-칩스법'이 있다. 야당에서 먼저 반도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을 기존보다 강화한 법안을 발의했고, 여당은 더 강화한 법안을 낸다고 한다.

K-칩스법 연장안이 지난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사장된 점을 감안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우선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여야간 경제정책 주도권 신경전으로도 보고 있어 법안 확정까지 시간을 걸릴 것이란 걱정도 들린다.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기대했던 기업들은 또 다시 정치권의 힘 겨루기에 밀려서 싸움의 중간에 껴있다. 기업의 성장은 국가 경제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기업들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