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차장 “윤 대통령 진솔되시고 진심이시다” 과거 발언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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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1.12. 오후 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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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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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근무
윤 골프·관저 불법 증측 ‘궤변 또는 거짓’
경호 원칙 어긋난 개인폰 사용까지 두둔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이 지난해 11월19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군 골프장 이용 당시 경호 활동에 대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되겠지만 제가 대통령을 일곱 분째를 모시고 있습니다. 제가 대통령님을 평가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지만 제가 본 윤석열 대통령님은 누구보다 솔직하시고 진솔되시고 진심이십니다. 아까 진정 어린 사과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셨길래 제가 개인적으로 느낀 바를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이 지난해 11월1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진심’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그의 말처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됐을, 대통령을 경호 대상 그 이상의 존재로 떠받드는 다소 낯 뜨거운 칭송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7일 대국민담화에 이은 기자회견에서 무엇을 사과한다는 것인지 밝히지 않는 얼렁뚱땅 사과를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그런데도 김건희 특검법 촉구 대규모 집회가 열린 이틀 뒤인 11월9일 서울 태릉골프장에서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김 차장은 ‘대통령 사과의 진정성이 없다’는 야당 의원의 비판을 “윤 대통령은 누구보다 솔직·진솔·진심”이라며 몸을 던져 막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언급했어도 비판받았을 발언이지만, ‘인간 방탄복’을 자처한 김 차장의 심기 경호는 여러 차례 반복됐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는 김 차장은 김영삼 대통령 때인 1996년 경호처 근무를 시작했다. ‘김건희·김용현 라인’으로 지목된 김 차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경호처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지난해 5월 경호처 차장으로 승진했다.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경찰 조사를 받으며 사직하자, 윤 대통령과 변호인단의 지원 속에 경호처를 지휘하며 일반 직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죄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진입로에 휘발유나 경유를 담을 때 쓰이는 말통을 실은 트럭이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차장은 국회에서 야당 의원과의 설전을 마다치 않으며 윤 대통령 심기 경호에 적극적이었다. 윤 대통령 쪽은 대통령 골프 논란에 ‘트럼프 외교용’이라는 주장을 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기 몇 개월 전부터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자 내놓은 해명이다.

지난해 11월1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정성국(부산 부산진갑) 의원이 김 차장에게 ‘대통령은 골프 치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김 차장은 “그게 의아스럽다”며 미리 준비해온 듯한 숫자를 줄줄 말하기 시작했다. “엘피지에이(LPGA) 100위권 안에 (한국) 여자 선수가 14명이나 있고, 피지에이(PGA)에는 4명이나 있다”는 것이다. 골프가 대중화됐는데 윤 대통령 골프를 문제 삼는 게 이상하다는 취지다. 골프를 친 시기와 이유, 거짓 해명 논란에 대한 정치적 맥락을 제거한 채 “전임 대통령도 골프를 쳤다”는 물타기도 서슴지 않았다.

김 차장은 지난해 11월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와서는 윤 대통령이 보안폰이 아닌 검사 시절부터 쓰던 개인폰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문제까지 엄호했다. 대통령의 통신 보안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으로 핵심 경호업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 차장은 “대통령께서 개인 사적 폰을 쓰셨다면 보안과 관련 없는 사적 내용의 말씀을 나누셨을 거라고 판단한다”는 말을 거듭했다.

국정농단·공천개입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와 윤 대통령의 통화에 대해서도 “(명태균과 연락 끊었다고)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면 저는 안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의 국정업무 통신망 운용을 책임지는 경호처가 윤 대통령의 고삐 풀린 일반전화 사용에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고, 오히려 ‘사적 내용일 것’이라며 거들고 나선 것이다.

김 차장은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에 대해서도 국회에 나와 사실상 거짓말을 했다. 지난해 7월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나온 김 차장은 ‘관저 증축’ 사실을 묻는 야당 의원 질문에 “잘 알지 못하지만 증축은 아닌 거로 안다. 리모델링 공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증축은 처음 들어 봤다”고 했다. 당시는 감사원에서 관저 이전 의혹 감사결과가 발표되기 전이었다. 감사원은 관저 증축 등을 마친 뒤 경호처가 직접 시설 점검 등을 했고, 이를 준공검사로 대체했다고 발표했다. 법으로 정한 준공검사를 조작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4일로 예정된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윤 대통령 측이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진입로 모습. 문이 차벽과 자물쇠로 통제되어 있다. 연합뉴스

김 차장은 스크린 골프장 논란을 부른 대통령 관저 ‘유령 건물’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답변을 했다.

지난해 11월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0㎡짜리 미등기 건물이 스크린 골프장 시설인지 확인을 요구했다. 김 차장은 “창고가 맞다”고 했다. 윤 의원이 경호처와 현대건설 사이 계약 의혹을 제기하며 거듭 물었지만, 김 차장은 “전혀 모른다”고 잡아뗐다. 그러나 경호처는 이후 윤 의원실을 찾아 현대건설과의 계약서를 공개하며 ‘스크린 골프장으로 검토했지만 경호시설로 사용하고 있다’는 김 차장 답변과 완전히 다른 해명을 했다.

국회에서 윤석열·김건희 방탄 경호에 앞장섰던 김 차장이 유일하게 고개를 숙인 때는 더불어민주당이 경호처 특수활동비 감액을 추진할 때였다.

지난해 11월20일 국회 운영위에 나온 김 차장은 “입틀막이든 폰틀막이든 과잉경호에 대해 논란이 많다. 경호 목적과 국민 눈높이 등에 맞게 내부적으로 조직 문화를 쇄신하고 경호기법도 새롭게 다시 만들겠다. 과거로 회귀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과거로 회귀하지 않겠다’던 김 차장은 지금 박정희 유신정권의 차지철, 전두환 군사정권의 장세동 경호실장과 비교되며 ‘헌법 위 경호처’를 불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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