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200명 오가는데...한남초, 윤석열 지지 집회에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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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1.09. 오후 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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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울타리에 ‘체포 반대’ 펼침막
“이재명 밟아 죽여” 과격한 소리도
9일 서울 용산구 한남초등학교 울타리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붙인 펼침막이 붙어있다. 고나린 기자 [email protected]

‘이곳에서 미래의 희망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9일 낮 1시 서울 용산구 한남초등학교 정문에 펼침막이 설치됐다. 펼침막에는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늘봄교실, 유치원 에듀케어(돌봄 서비스), 방학 캠프 등으로 방학 기간 중 운영 중인 교육활동이 적혔다. 방학중이지만 학교와 유치원을 오가는 아이들은 221명에 달한다.

하지만 한남초 학생들의 등하굣길은 험난했다. 지난해 12월31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대통령 지지자들은 체포를 저지하겠다며 한남동 관저 진입로에 자리한 한남초 앞에 집결해 집회를 열었다. 학교 앞은 차량도 진입하기 힘들어졌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집회 참석자들을 지나쳐 등교시킬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남초는 지난 6일 운영하던 방과후학교를 취소했다. 6∼7일 예정됐던 신입생 예비소집은 화상으로 대체했다.

집회로 인한 학부모들의 민원이 잦아지자 서울시교육청은 대응에 나섰다. 지난 6일 한남초와 회의를 열어 용산경찰서에 통학로를 확보하고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관을 배치해달라는 내용의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에 7일부터 정문 앞에 경찰의 질서 유지선이 설치됐다. 중부교육지원청은 이날부터 이틀 동안 직원 4명을 파견해 오전 8시30분부터 낮 1시까지 학생들의 등하굣길 지도를 하고 있다.

9일 서울 용산구 한남초등학교 정문 앞에 경찰이 설치한 질서유지선 펜스가 설치돼있다. 고나린 기자 [email protected]

9일 찾아가 본 학교 정문 바로 앞은 경찰이 설치한 펜스로 진입로가 확보된 상황이지만, 학교를 가운데에 두고 양방향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집회가 이뤄지고 있었다. 집회에서 나오는 “이재명 밟아 죽여”와 같은 과격한 소리도 여과 없이 학교 앞으로 흘러 들어왔다. 정문 근처 울타리에는 ‘불법영장 저지! 국민결사대’ ‘부정선거 OUT 입법독재’ 등이 적힌 펼침막과 손팻말이 붙어있었다. 학교 근처 인도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거리에 앉아 있거나, 무료 나눔 음식을 받아가고 있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교문 앞 학교 보안관에게 학교 내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냐고 묻기도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이 집행될 때까지 관저 인근 지지자들의 집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아이들이 안전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한남초의 겨울방학은 오는 2월2일 끝난다. 개학 이후엔 280여명의 학생들의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인근 학교로 옮겨서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학교 간 거리가 있어 어렵다”며 “상황을 주시하며 경찰에 협조 요청 등의 조처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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