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8일 본회의를 열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에 나선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 시도 과정에서 수사 주체를 둘러싼 혼선이 가중되고 있어 특검 출범이 시급하지만, 여당의 ‘방탄 표결’로 부결·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 일각에선 내란 특검법 재발의 과정에서 특검 추천 주체를 조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여당 ‘탄핵파’와의 ‘탄핵 연대’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7일 소속 의원들에게 “8일 개최되는 본회의에는 비상계엄 선포 특검법(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양곡관리법 등 (거부권이 행사된) 8개 법안에 대한 재의의 건이 상정되니 한분도 빠짐없이 전원 참석하여 주시기를 바란다”고 알렸다. 최 대행이 지난달 31일 거부권을 행사한 쌍특검법을 비롯해, 지난달 19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을 재의결한다는 것이지만, 여당이 당론으로 부결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부결될 공산이 크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법안 처리할 때 당론으로 (부결을) 결정했다. 당론을 유지하면서 부결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8일 본회의에서 쌍특검법이 폐기될 경우 민주당은 빠르면 9일 내란 특검법을 재발의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일단 김건희 특검법은 미뤄두고 내란 특검법 하나에 집중하려고 한다. 만약 이번에 특검법이 부결된다고 해도, 다음번엔 반드시 여당의 대오가 무너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명태균 게이트’에 얽힌 여당 정치인이 많아 여당 의원들이 정치적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일단 뒤로 미뤄두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12일 내란 특검법 표결 당시 여당에선 안철수·김예지·김용태·김재섭·한지아 의원 등 5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김소희·이성권 의원은 기권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야권 192명에 여당 내 12명이 동참해 204명이 찬성했듯, 내란 특검법을 정말 관철시키려면 제2의 탄핵 연대를 꾸려야 한다”며 “탄핵 표결에 찬성한 의원들을 따로 접촉해 그들의 요구를 들어보고 명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체로 야당만 특검 추천권을 갖도록 한 점을 위헌적이라고 여기고 있다. 다만 내란 사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생각할 때 내란 특검법을 마냥 거부할 수만은 없다고 보고 있다. 여당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독소조항을 뺀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제안하거나 협상 과정에서 독소조항을 빼자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야당 지도부 역시 신속한 특검 도입을 고려해 야당에만 특검 추천권을 부여한 특검법의 수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내란 사태의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는 만큼 누가 특검을 맡더라도 진실을 밝히는 데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서영교·전현희·이성윤 의원이 ‘야당 추천 특검’을 주장해 수정안이 통과됐으나, 애초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발의했던 원안에서도 ‘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한국법학교수회장’이 3명의 특검 후보를 추천하도록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