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 드라마 촬영팀이 세계유산인 병산서원을 훼손해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경북 안동시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방송 드라마 촬영팀은 지난달 30일 오후 병산서원에서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만대루 등 서원 기둥에 등을 달려고 못 6개를 박았다. 이를 본 한 시민이 안동시에 문화재 훼손 신고를 했고, 현장에 나온 안동시 관계자들이 즉각 제지했다. 촬영팀은 당일 모두 철수했다.
안동시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못질을 한 5곳에 1㎝ 지름의 구멍이 뚫렸다. 나머지 1곳은 벌레가 파먹은 자리에 박아 추가 훼손은 없었다. 안동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병산서원이 지난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뒤, 인위적으로 훼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안동시는 지난달 26일 촬영팀에 촬영 허가를 내주며 ‘서원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안내했다고 한다. 안동시는 촬영팀 쪽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 상태다. 하지만 구멍이 뚫린 나무 기둥을 원상 복구하기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구멍을 메운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복구 과정에서 오히려 훼손할 수도 있어 전문가 검토 등을 거쳐야 한다. 필요하면 법적 조처도 고려하고 있다”며 “목조 건물에 못질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일반 상식이고 더구나 전문가인 촬영팀이라면 더 잘 알 텐데, 이런 일이 생겨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방송은 입장문을 내어 “이유 불문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현재 정확한 사태 파악과 복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드라마는 배우 서현, 옥택연 주연의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로 촬영은 외주 제작사가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