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국경 차르'(border czar)에 지명된 톰 호먼이 불법 이민자 가족을 수용시설에 함께 구금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1기 땐 ‘무관용 원칙’에 따라 불법 이민자를 모두 형사기소했고, 이 때문에 부모가 교도소 등 아이가 함께 머물 수 없는 곳에 수용되면서 대규모 ‘가족분리’ 문제가 발생했다. 논란을 빚었던 형사처벌보다 행정절차에 집중해 대규모 추방을 달성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미성년자 최대 구금 기간 20일’이라는 한계가 있어 온가족 동시 구금이 장기화할 경우 논란은 불가피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불법 이민자 추방 및 국경 통제 총괄자로 지명한 호먼은 26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불법 이민자 가족을 가족단위로 구금시설에 함께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호먼은 “가족 구금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며 임시 텐트형 구조물을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서 시엔엔(CNN)과 인터뷰에서 대규모 추방 작업에 최대 10만 개의 침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가족거주센터로 불리는 가족전용 이민구금시설은 오바마 대통령 시절이던 2014년 중남미 이민자가 많이 증가할 때 확대됐다. 기숙사 같은 구조로 설계되어 있고 여가 활동 및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그러나 호먼이 언급한 임시 텐트형 시설에 이런 것들이 갖춰져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모와 함께 있다 해도 구금시설 자체가 어린이에게 해롭다는 비판도 많다. 이런 비판 때문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가족거주센터 세 곳을 폐쇄했다.
미성년자 최대 구금일을 20일로 제한한 ‘플로레스 합의’도 문제가 될 수 있다. 1997년 이민국이 불법체류 미성년자들을 비인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한 집단 소송에서 출발한 이 합의서는 미성년자의 최대 구금 기간을 20일로 제한한다. 통상 추방절차는 20일 이상 걸리기 때문에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이런 어려움을 고려해 ‘자녀 없는’ 성인 추방을 우선시해 왔다. 온가족 동시 구금 방침은 ‘가족 추방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미국 출생 자녀가 있는 가족도 적극적으로 추방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민권자인 아이만 남길지, 함께 추방될지는 부모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호먼은 “당신(불법 이민자)은 자신이 미국에 불법으로 체류한다는 것을 알고도 아이를 갖기로 결정했다”며 “당신이 가족을 그런 상황에 부닥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추방 형태를 부모의 ‘선택’으로 돌리는 방식은 오바마 대통령, 트럼프 1기 시절에도 일부 존재했다. 미국 이주연구센터 자료를 보면 불법 체류자 부모와 시민권자 자녀로 이뤄진 ‘혼합 신분 가족’은 미국 내 470만 가구 정도 존재하며, 어린이 약 550만명이 속해 있다.
우려를 낳고 있는 군대 동원 추방 작전과 관련해선 간접 지원에 그칠 거라고 밝혔다. 호먼은 “군대가 추방자 이송이나 기타 지원 업무를 도울 수는 있지만, 불법 이민자 체포는 훈련된 법 집행 기관 요원만이 수행할 수 있다”며 “군대가 지역사회를 휩쓸며 수색하는 방식이 될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호먼이 트럼프 2기 국경 강경파 중 ‘정부의 한계와 정치적 반발 가능성을 잘 인지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호먼은 “미국 국민에게 비인도적으로 하지 않고도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라며 “추방작전은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정밀한 작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