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과잠 무단방치’ 수거 공지…학생들 “민주주의 찾으면 입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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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2.25. 오후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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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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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 앞에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항의의 뜻으로 반납한 학교 점퍼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동덕여대가 학내 시위·대자보 등과 관련해 학교 쪽의 ‘사전 허락’이 필요하다고 공지해, 학생들이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인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비판에 나섰다.

동덕여대 학교 쪽은 지난 19일 학내 포털 누리집에 ‘본관 앞 도로에 무단 방치된 학과 점퍼(과잠) 수거 요청’ 공지문을 올린 데 이어, 지난 23일 ‘학생단체의 집회 및 학생 홍보물에 대한 공지’를 게시했다. 동덕여대에선 지난달부터 남녀공학 전환과 비민주적 대학 행정에 반발한 학생 시위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예산관재처장 명의로 나온 과잠 관련 공지를 보면, 학교 쪽은 “현재 본관 앞 도로에 학과 점퍼가 무단 방치돼 차량 통행이 불가하고 교내 위급 상황 발생시 구급차 및 소방차 진입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한(19~25일) 안에 점퍼를 수거하지 않으면 학교 본부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학교 본부는 소방기본법과 교통안전법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지난 12월5일 저녁에도 위급 상황이 발생했으나 학과 점퍼가 도로에 방치돼 있어 소방차량이 현장까지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총장 명의로 게시된 학생 집회·홍보물 공지에서는 학교의 ‘학생단체의 등록과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집회 3일 전에 사전 허가원을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학교의 ‘게시판 부착 홍보물에 관한 규정’상 게시물도 사전승인이 필요하다고 알렸다. 학교 본부 쪽은 해당 공지에서 “불법 집회와 불법 게시물에 대해서는 학칙 등 관련 규정에 의거하여 엄격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학교 구성원들은 관련 규정을 지켜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난 22일 서울 대학로에 있는 동덕여대 혜화캠퍼스(공연예술센터)에 학생들이 만들어 붙인 ‘민주동덕 트리’의 모습. 동덕여대 학생 제공

지난 22일 서울 대학로에 있는 동덕여대 혜화캠퍼스(공연예술센터)에 학생들이 만들어 붙인 문구 모습. 동덕여대 학생 제공

동덕여대 재학생 연합과 동덕여대 졸업생 연대는 24일 ‘어떤 시위도 불법이 될 수 없다, 학교는 학생 시위 탄압을 멈추라’고 이름 붙인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학교 쪽 조처에 대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지우려는 시도 및 협박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비민주적 행보”라며 “학교는 헌법 위에 있나”라고 비판했다. 자신을 ‘과잠 시위 총대’라고 밝힌 한 재학생은 발언문을 통해 “대학 본부에서 금지하려고 하는 과잠 시위, 구호·노래 제창, 대자보 게시 등은 모두 평화 시위의 표본”이라며 “이마저 금지한다면 민주동덕의 학우들은 사회의 불의에 어떻게 목소리를 내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또 다른 재학생은 “이 차가운 겨울에 외투를 콘크리트 바닥에 내려놓겠다는 일은, 우리의 몸을 바쳐 학교를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한 일”이라며 “우리 학우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 학우들이 먼 길을 달려와서 직접 학잠을 내려놓거나 심지어 택배로 보내준 것”이라고 했다. 이 학생은 “학교는 과잠이 ‘무단 방치’됐다고 했지만, 우리는 이(연대)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날씨가 궂을 때는 튼튼한 투명 비닐을 점퍼 전체에 덮어두며 관리했다. 무단 방치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 졸업생도 “과잠을 아무렇게나 팽개치지 않고 개켜 놓은 것은 동덕여대에 학내 민주주의가 돌아오는 그날 과잠을 다시 입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동덕여대 학교 쪽은 “원래 존재하던 학교 규정에 따르도록 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미 다른 대학의 비슷한 학칙들이 기본권 침해라는 판단을 받은 바 있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교내에 대자보를 붙이려면 학교 쪽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한 명지대 학칙(교내 홍보물 게시 및 관리지침)에 대해 개정을 권고했다. 학교 미관과 홍보게시물 질서를 위해 일정 수준의 규칙과 제한은 필요하지만, 이를 넘어서는 학교 쪽의 사전 허가와 검열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본 것이다. 인권위는 2021년에도 집회 등 학생 자치 활동을 할 때 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한 광주 지역 4개 사립대 학칙에 대해 개정 또는 폐지를 권고했다.

랑희 인권운동공간활 활동가는 25일 한겨레에 “시대착오적인 학칙을 개정하지 않고 놔뒀다가 학교가 필요할 때 적용하는 것은 문제적”이라며 “과잠 시위에 소방법 등을 제시한 것도, 실제 법 위반 여부를 떠나서 학교 쪽이 학생들의 의사 표현을 막고자 내세운 핑계로 보인다. 학생들도 이를 알기에 (공지를)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동덕여대 재학생·졸업생들이 연 긴급 기자회견 모습. 동덕여대 학생 제공

한편 학교 쪽은 지난 23일 ‘학생활동지도위원회의 진상조사에 대한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학내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징계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학교 쪽은 이 공지에서 “11월11일 이후 발생한 사태 기간 중 교내 건물 불법점거에 의한 수업방해 및 교수연구실 출입방해, 11월12일 발생한 관현악과 졸업연주회 방해”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동덕여대 처장단과 총학생회 등 학생 대표들은 5차례 면담을 통해 2025년 3월부터 공학 전환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으나, 경찰 고소 등 법적 대응과 본관에 남은 학생 짐 문제 등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안이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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