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계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밀집한 지역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하고, 기업들에 3조원 규모 정책금융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23일 이런 내용의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중국과 중동 국가 등의 대대적인 설비 신·증설로 오는 2028년까지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적 공급과잉과 업황 부진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다.
먼저 내년 상반기 중 석유화학 산업단지 등이 밀집한 지역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울산, 여수, 대산 등이 후보군이다. 주력 산업의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이 지역에 금융·고용 안정 등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지역 지정 요건과 협력업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대상 기준을 완화하고, 협력업체·소상공인 대상 정책대출 만기 연장 및 원금 상환 유예,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등 금융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일시적 유동성 위기 등을 겪는 석유화학기업을 위해 융자 2조원, 보증 1조원 등 3조원 규모 정책금융을 공급하기로 했다. 합작법인 설립, 매각 등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기업은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의 지주회사 규제 유예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해 피지배 회사 지분 의무 보유 부담을 덜어주고, 자산 매각 때도 양도차익 과세 이연 기간을 연장해 세금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인수·합병(M&A) 등을 하는 기업의 기업 결합 심사 기간 단축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전 자문 등을 지원하고,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납사(나프타)와 납사 제조용 원유의 무관세 적용 기간을 내년까지 1년 추가로 연장할 방침이다.
이밖에 내년 상반기 중 5개년 단위의 연구·개발(R&D) 투자 로드맵을 수립해 석유화학산업의 고부가가치(스페셜티)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내년에 산업계가 자율적인 컨설팅을 통해 산업 재편 계획을 마련하면 맞춤형 지원 방안을 담은 후속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석유화학기업들의 자구 노력과 자발적인 사업 재편 의지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라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효율적인 사업 재편 방안을 마련하면 그에 맞춘 지원책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