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욕이라서, X라고 하겠습니다.”(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자리에서 내용을 말씀드리기도 면구합니다.”(김상욱 국민의힘 의원)
23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전날 경찰청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여야 할 것 없이 쏟아졌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청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가운데 하나를 발췌해 읽었다. ‘요즘 여자애들은 왜 이렇게 정신머리가 없냐”로 시작하는이 글에는 남태령 트랙터 상경 시위를 도운 시민들을 향한 혐오 발언을 담겨 있었다.
또 시위에 나선 농민들을 ‘범죄자’로 지칭하고 이들에 대한 폭력 진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내용도 있다. 직장인들의 익명 인터넷 커뮤니티인 블라인드는 각 회사의 전자우편을 통해 가입을 승인하기 때문에 이 같은 글을 올린 사람은 실제 경찰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앞서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구속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던 ‘전봉준투쟁단’은 21일 정오께 경기 과천시 남태령 고개에 이르렀으나 전 차선을 통제한 경찰 차벽에 막혀 밤샘 농성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농민들을 응원하고 경찰을 압박하기 위해 달려 나와 함께 밤을 새운 시민들 덕분에 28시간 만인 22일 오후 4시40분께 경찰이 차벽을 물렀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까지 무사히 행진할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22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박 의원이 읽은 글 말고도 시민들을 ‘견민’으로 폄하하고 “어디 잡아다가 X 패고싶다”, “옛날 같았으면 처맞고 바닥에서 기어다녔을 XX들이”, “X 같은 견민 XX들만 없으면 나라가 잘 돌아가지” 등이 적힌 경찰청 블라인드 갈무리 사진이 잇따라 올라온 바 있다.
박 의원은 글에 적힌 욕설을 ‘엑스’(X)로 바꿔 읽으며 “이거 완전히 여성 폄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직무대행에게 “아무리 익명게시판이라도 (작성자가) 경찰로 추정되니까 이 부분은 확인하셔서 조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번 국정감사에서도 경찰이 성 관련 비위 징계율이 굉장히 높았다”며 “이런 것들이 다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성인지 관련한 더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블라인드 글에는) ‘유럽이었으면 이런 살인 미수에 특수 공무 집행 방해 사범들 대갈통에 총알구멍 숭숭 뚫어버렸을 텐데’ 이런 표현도 있다”며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군경 동원해서 내란 일으킨 윤석열씨와 똑같다. (윤석열) 아바타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 직무대행이 “확인하지 못했다”, “확인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하자 박 의원은 “누군지 밝혀내고, 조처를 취해서 행안위에 보고해달라”고 했다.
이날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도 블라인드 글이 문제적이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아무리 익명게시판이라고 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글이 올라왔다”며 “경찰관이 지금 시국에 그런 글을 게재한다는 걸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경찰 조직이 어수선한 건 사실이나 최소한의 통제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결국 이호영 직무대행은 “책임지고 파헤쳐 보겠다. 경찰관이면 반드시 처벌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