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하기도 전에 1패...‘트럼프표 예산안’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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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2.22. 오후 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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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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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4일(현지시각) 군 관련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공화당 내부의 ‘반란’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연방정부 부채 한도 상향과 감세를 둘러싼 이견에 ‘트럼프표 예산안’이 좌초되면서 그와 공화당 강경파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모양새다.

미국 상원은 21일 새벽(현지시각) 내년 3월 중순까지의 임시 예산안을 정한 법안을 찬성 85 대 반대 11표로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에 즉각 서명했다. 이로써 이날부로 발생이 예고됐던 연방정부 부분 업무 정지(셧다운) 위기가 해소됐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공화당 강경파에 말발이 먹히지 않으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트럼프는 지난 18일 공화·민주당이 합의한 임시 예산안에 부채 한도 폐지를 넣으라고 요구하며 합의안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20일 기자들과 임시 예산안을 놓고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이에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연방정부 부채 한도(31조4천억달러·4경5514조원)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마련해 19일 표결에 부쳤다. 하지만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화당에서도 반대표 38표가 나오면서 이 안은 찬성 174 대 반대 235표로 부결됐다. 이후 연말연시를 앞두고 셧다운에 우려가 높아지자 하원은 20일 부채 한도 적용 유예 조항을 빼 원점으로 되돌린 임시 예산안을 찬성 366 대 반대 34표로 가결시켜 상원에 보낸 것이다.

트럼프가 부채 한도 폐지 또는 적용 유예를 요구하는 것은 자신이 공약한 대규모 감세나 국경 경비 강화에 필요한 돈을 메꾸기 위해서다. 그는 자신이 지지한 임시 예산안이 부결된 뒤인 20일에도 “정부 셧다운이 발생할 것이라면 1월20일 이후 트럼프 통치 아래에서가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가 있는 지금 시작하게 하라”며 “이것은 바이든이 풀어야 할 문제다”라고 했다. 셧다운이 발생해도 바이든 책임이라며 골치 아픈 문제를 그에게 떠넘기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의회는 셧다운을 막으려고 그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은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결국 트럼프는 취임도 하기 전에 1패를 당한 셈이다. 그에게는 공화당 강경파가 그 배경에 있다는 점이 더 쓰라린 대목이다. 공화당 강경파는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 세력이기는 하지만 재정 건전성을 놓고는 시각 차이가 뚜렷하다. 트럼프는 기존 부채 한도에 구애받지 않고 빚을 내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화당 강경파는 방만한 재정 탓에 미국이 빚구덩이에 빠졌다고 주장하며 지출 삭감 없이는 부채 한도 상향 또는 적용 유예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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