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채로 불타 숨진 가자 19살…열흘 전 공습에도 살아남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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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0.21. 오후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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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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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1일 전 이스라엘의 난민촌 폭격에 사망
화마에 스러지는 모습 공유돼 전세계 공분
그의 가족이 공개한 샤반 알달루의 생전 모습. 뉴욕타임스 갈무리

안전 지역으로 구분되던 난민 텐트촌도 안전하지 못했다. 난민 텐트촌을 공습한 이스라엘군의 폭격의 여파로 산 채로 불에 타 죽은 19살 청년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되면서 공분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는 대학생 샤반 알달루가 지난 14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다이르알발라흐 알 아크사 순교자 병원 부지에서 불이 타 숨졌다고 보도했다. 알달루가 불길에 휩싸여 팔을 흔드는 모습이 영상으로 기록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휘부가 위치하고 있었다며 병원 부지를 공습했다고 밝혔지만, 불길이 병원 주차장에 있는 텐트로까지 옮겨붙으며 알달루와 그의 어머니 등 여러명이 숨졌다. 알달루의 20번째 생일 하루 앞이었다. 이 장면을 목격했다는 그의 아버지는 뉴욕타임스에 “‘아들아, 나를 용서해달라.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외쳤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이스라엘이 의료시설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병원 옆에 텐트를 쳤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의사를 꿈꿨으나 학비 부담때문에 이를 포기했다고 전했다. 가자시티 알하즈아르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해외에서 소프트웨어분야 박사학위를 딸 수 있기를 희망하던 청년이었다고 전했다.

샤반 알달루가 화염 속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 뉴욕타임스 갈무리

그는 소셜미디어에 전쟁을 멈춰달라는 호소문을 올리고, 피란 현장을 담은 영상을 게시하고, 온라인 모금 사이트인 고펀드미(GoFundMe)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다. 알달루의 고모 카르바한은 뉴욕타임스에 “알달루는 영양실조로 병약해져갔다. 그의 계획은 자신이 빠져나온 후 여동생과 형제, 부모를 탈출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탈출 자금을 2만 달러 이상 모았지만, 이스라엘이 지난 5월부터 이집트로 통하는 라파흐 검문소를 폐쇄하면서 탈출 시도는 무산됐다.

알달루는 10일 전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의 이슬람 사원 공격에서도 목숨을 건졌으나 이어지는 공습으로 결국 사망했다. 고모는 “봉합한 실도 제거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수장 야히야 신와르를 제거한 이후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날 이스라엘군이 북부 베이트 라히야 등을 공습한 뒤 108명이 사망했다고 20일 집계했다.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영상을 보았다며 “우리가 본 것을 설명할 단어가 없다”며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병원 근처에서 작전을 수행 중이더라도 민간인 사상자를 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중부 다이르알발라흐 알 아크사 병원 부지를 공습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뉴욕타임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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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를 씁니다. 기후환경, 경제산업 분야에 관심있습니다. 책<지구를 쓰다가>, <달콤한 나의 도시양봉>을 썼습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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