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책’ 읽는다” 교실에 내보이고 체벌한 교사…대법 “정서적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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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0.04. 오후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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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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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학생이 읽고 있던 책을 다른 학생들 앞에서 보여주며 “선정적 책을 읽고 있다”고 혼내고 엎드려뻗쳐를 시킨 교사의 행동은 ‘정서적 학대’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해당 학생은 이후 억울함을 호소한 뒤 학교 건물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포항의 한 중학교 교사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대법원은 “교사가 훈육 또는 지도의 목적으로 한 행위이더라도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서 아동인 학생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른다면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포항의 한 중학교 도덕교사인 피고인은 지난 2019년 3월 수업 도중 자습시간을 준 뒤 독서 중인 ㄱ(당시 14살)군에게 “이거 야한 책 아니냐”고 말하며 읽고 있던 책을 뺏었다. 교사는 책의 일부 선정적인 장면을 학생들 앞에서 펼쳐 “ㄱ군이 야한 책을 보는데, 이 그림이 선정적이야, 아니야?”라고 물었고 학생들이 “선정적이에요”라고 답하자 ㄱ군에게 엎드려뻗쳐를 20분 동안 시켰다. 교사는 다른 학생에게 ㄱ군이 읽던 책을 주며 “야한 거 나오는지 체크하라”고 시키기도 했다.

이후 ㄱ군은 ‘이 일로 다음 수업인 체육 시간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교과서에 적고 학교 건물에서 떨어져 숨졌다.

1·2심 모두 교사의 행동이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은 특히 교사가 같은 반 학생들 앞에서 책을 보여주며 ‘ㄱ군이 읽는 소설 내용이 선정적’이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 “교사의 행동으로 ㄱ군이 같은 반 친구들 앞에서 느꼈을 수치심이나 좌절감이 극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해당 소설책은 일본의 소설책으로, 법원은 “'15세 미만 구독 불가'라고 명기됐으나 중고등학생들이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이른바 라이트노벨(주로 청소년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벼운 대중소설. 애니메이션풍의 삽화를 많이 사용한 연애, SF, 판타지, 미스터리, 호러 따위 장르 소설)”이라고 봤다.

대법원도 이런 하급심의 판단이 맞는다고 판단해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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