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 최고조로 치닫는데 국제유가 잠잠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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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9.30. 오후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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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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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남부 집킨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발생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교전을 벌였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을 사살한 데 이어 예멘의 후티 반군을 공습하는 등 중동 지역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지만 국제 유가는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 유가의 벤치마크(기준점)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 선물(12월 인도분) 가격은 런던국제거래소(ICE)에서 30일 오후 4시 현재 배럴당 72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배럴당 99달러까지 올랐던 상황에 비하면 저유가 상황이 계속되는 셈이다.

지난 9월10일에는 브렌트유 가격이 7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2021년 12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장중 가격이 배럴당 68.68달러까지 떨어지고 종가 기준 69.19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의 9월 평균 가격은 배럴당 73달러 수준이다. 30일 현재 서부 텍사스산 원유 선물(11월 인도분)도 배럴당 68달러 선에서 거래 중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상황이 악화하는데도 저유가 상황이 이어지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일단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뒤 유가가 치솟자 생산량을 늘렸다. 미 에너지관리청(EIA)의 단기 에너지 전망에 따르면, 미국은 향후 2년 동안 역대 최대 원유 생산량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1292만배럴에서 올해 1321만배럴로 증가하고, 내년에는 1344만배럴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가 유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목표치인 5%에서 4.8∼4.9% 수준으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국제 유가의 안정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펙플러스(OPEC )의 핵심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을 중단하고 오는 12월1일부터 증산으로 돌아설 방침이기 때문이다.

수요 관리를 위해 감산을 이어오던 오펙플러스는 당초 10월부터 감산을 해제하고 증산할 계획이었으나, 저유가 상황 때문에 해제를 두 달 미뤘다. 장기간 감산에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증산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사우디는 12월부터 하루 평균 8만3000배럴를 추가로 생산하고, 점차 생산량을 늘려 내년 12월까지 하루 평균 100만배럴를 추가로 생산할 방침이다. 당초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1200만배럴 수준이었는데, 890만배럴까지 감산했다가 1000만배럴 수준으로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더해 리비아의 생산 차질도 정상화될 것으로 보여 유가는 한 단계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오펙플러스는 2일 장관급 모니터링위원회(JMMC)를 열어 생산 계획과 전략을 논의할 방침이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의 9월 체감경제지표가 양호하게 발표되고 회의 뒤 사우디의 점유율 경쟁에 대한 우려도 완화된다면, 유가 반등으로 추세가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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