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했으니 그 정도면 국민이 이해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30일 공개된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보다 부인이 먼저라는 비판을 듣는다’는 질문에 “정부의 일은 법과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며 “대통령이 기자회견하실 때도 사과하셨다. 그 정도면 국민께서 이해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닌지”라고 답했다.
한 총리가 언급한 사과란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리고 있다”고 언급한 것을 뜻한다.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을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비호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한 총리는 “대통령이 사과했다”는 이유를 들어 반박한 것이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은 어떠냐’는 질문에 “대인이시다. 제일 개혁적인 대통령”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아서냐’는 기자의 되물음에는 “국가냐 인기냐 했을 때 (대통령은) 당연히 국가고 국민일 것”이라며 “지금 한미 에프티에이(FTA)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받지만, 에프티에이를 추진할 당시에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그때 노 대통령이 각료들 앞에서 ‘내가 진짜 외롭다’ 하시더라”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을 포함해 지금껏 스무 차례 넘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서도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거부권을 635번 행사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81번, 트루먼 대통령은 205번, 레이건 대통령은 78건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두둔했다. 한 총리는 “재의요구권 행사는 대통령의 의무”라며 “입법 독주, 헌법과 법률 위반, 다수를 이용해 소수 의견을 무시하는 폭거를 그대로 둘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법안들이 있다면 저는 계속해서 대통령께 재의 요구를 하시라고 건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로 지난 2022년 5월부터 2년5개월째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4·10 총선 참패 뒤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통령실이 ‘당분간 유임’을 결정하면서 직을 이어가고 있다
심우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