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뒷면에, 조선시대 천문학자 ‘남병철’ 이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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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20. 오전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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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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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 132㎞ ‘남병철 크레이터’
지난 14일 조선시대 천문학자 남병철 선생의 이름을 따 새로 명명된 달 뒷면 ‘남병철 크레이터(충돌구)’의 위치. 경희대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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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뒷면 크레이터(충돌구)에 조선시대 천문학자 남병철(1817∼1863) 선생의 이름이 붙게 됐다. 달 표면에 우리말 지명이 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희대학교 우주탐사학과 다누리 자기장 탑재체 연구팀(연구책임자 진호 교수)은 달 뒷면 크레이터에 남병철 선생의 이름을 신청해, 지난 14일 국제천문연맹(IAU)의 최종 심사를 통과했다고 19일 밝혔다. 공식 이름은 ‘남병철 크레이터(Nam Byeong-Cheol Crater)’다.

지난 14일 조선시대 천문학자 남병철 선생의 이름을 따 새로 명명된 달 뒷면 ‘남병철 크레이터(충돌구)’의 위치. 분홍색 원 안이 남병철 크레이터다. 경희대학교 제공

경희대 연구팀은 미국 산타크루즈대학교 이안 게릭베셀 교수와 함께 달 크레이터가 생길 때 충격 에너지로 인한 달 표면의 자기장 변화 연구를 하던 중, 한 이름 없는 크레이터가 특이한 자기장 특성을 띠는 것을 발견하고 남병철 선생의 이름을 신청했다. 달 표면 크레이터의 이름은 국제천문연맹이 신청을 받아 심사해 짓는데, 통상 △중요한 과학적 의미를 갖는 크레이터에 △이미 세상을 떠난 과학자의 이름을 붙인다. 이번 선정으로 현재까지 이름이 붙여진 달 크레이터는 모두 1659개가 됐다.

지난 14일 조선시대 천문학자 남병철 선생의 이름을 따 새로 명명된 달 뒷면 ‘남병철 크레이터(충돌구)’의 모습. 경희대학교 제공

남병철 선생은 조선 후기 예조판서와 대제학 등을 지낸 문신으로, 천문학자이자 수학자로 많은 업적을 남겼다. 남 선생의 이름을 추천한 양홍진 한국천문연구원 고천문연구센터장은 “남 선생은 동서양 천문학을 가장 잘 융합해 연구하고 발전시킨 분이다. 천문 의기(관측기구) 연구도 활발히 했고, 직접 새로 만들기도 했다”며 “경희대 연구팀이 미국과 공동 협력 연구를 하고 있는 점, 새로운 장비를 통해 자기장 연구를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 두 의미와 잘 맞는 우리 과학자를 찾아 추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병철 크레이터는 지름 132㎞의 거대한 충돌구다. 연구책임자 진호 교수는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뒤 달 탐사가 활발했던 ‘아폴로 시대’ 뒤로 이렇게 큰 분화구의 이름을 짓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1980년 이후로는 거의 없었을 것”이라며 남병철 크레이터 연구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22년 8월 발사돼 달 궤도를 돌고 있는 우리 달 궤도선 ‘다누리’를 통해 추가 관측을 이어 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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