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최고세율 40%로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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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정부가 발표한 상속·증여세 개정안은 과세표준(과표)과 세율, 인적공제, 상속재산 평가산식 등 상속·증여세액을 결정하는 거의 모든 요인에 변화를 준 전면적 감세안이다. 특히 최고세율을 40%(과표 10억원 초과)로 조정한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단행된 어떤 감세보다 강력한 초부자 감세에 해당한다는 평가다.
정부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최고세율 하향 조정이다. 지난해 최고세율 50%가 적용된 피상속인(사망자)은 1251명으로, 전체 피상속인 29만3천명 중 상위 0.4%에 해당한다. 이들의 1인당 상속재산 가액은 평균 200억원이다. 25년만에 단행된 최고세율 조정이다.
최저세율 과표 구간과 공제제도도 바뀐다. 최저세율 과표는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넓히고, 자녀공제는 1인당 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끌어올린다. 배우자와 자녀 2명에게 상속할 때, 과표 산출 전 적용되는 상속공제가 10억원(일괄공제 5억원 배우자공제 5억원)에서 17억원(기초공제 2억원 자녀공제 10억원 배우자공제 5억원)으로 훌쩍 는다. 자녀가 3명이면 공제 금액은 22억원, 4명이면 27억원으로 커진다.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서울 주요지역 고가 주택 보유자도 상속세를 내지 않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현재 상속세 인적공제는 ‘자녀공제에 기초공제 2억원을 더한 금액’과 ‘일괄공제 5억원’ 중 큰 금액에 배우자공제를 더해 결정된다.
정부는 ‘중산층 세부담 완화’라고 개정 취지를 설명한다. 그러나 현 체계에서도 상속세 과세 대상자는 연간 피상속인의 6.8%(지난해 기준)에 그친다. 93.2%는 면세 대상인 셈이다. 이번 방안이 소수 자산가의 부의 대물림을 더 용이하게 만들어준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특히 현재 최고세율 대상이자 기업 지배주주인 경우라면 정부가 앞서 발표한 지배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20% 폐지까지 더해져 감세 혜택은 급격히 불어난다. 한 예로 보유 주식 150억원 등 재산이 200억원인 지배주주가 사망 뒤 이를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상속받는 경우, 상속세액은 105억원에서 72억원으로 33억원(31.1%) 준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개정안에 주주환원을 확대하거나 시설·연구개발 투자를 늘린 중소·중견기업에는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600억∼1200억원으로 2배 늘리는 방안도 담았다.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엔 한도 없는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한다. 다만 피상속인이 아닌 상속인 기준으로 상속 재산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유산취득세)는 이번 개정안엔 담기지 않았다. 유산취득세 전환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상속세 체계가 워낙 오래된 만큼 일부 개편의 필요성이 있고, 시급한 방안으론 배우자 공제 확대, 근본적 개편 방안으론 유산취득세로 전환이 꼽혀 왔다”며 “그러나 정부안은 되레 경제적 왜곡을 더 부추기는 내용으로만 구성돼 있다”라고 말했다. 부의 대물림을 막고 국민 개개인의 경제적 출발점 간극을 좁혀 기회를 균등하게 하려는 상속·증여세 기능이 크게 후퇴할 거란 얘기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정부안이 시행되면 근로소득세 최고세율(45%)보다 상속세 최고세율(40%)이 낮아지는 상황이 된다”며 “일해서 번 50억원보다 부모로부터 무상 이전된 50억원의 세 부담이 더 적어지는 것이라, 사회적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