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직책 불문 ‘모든 검사가 수사 가능’…수사권 축소 입법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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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5. 오전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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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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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특수부 등 인력현황 제출 요구에
대검 “공판부 등 대부분 부서 수사 가능”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2022년 국회가 검찰청법을 개정하며 검찰의 직접수사가 가능한 범죄를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축소하고, 특수부 인력을 감축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수사가 가능한 부서의 현황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지만, 검찰이 ‘모든 검사는 중대범죄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며 형식적인 보고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시행령 꼼수로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한 데 이어 국회 견제라는 입법 취지도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수사개시 가능 부서 현황’을 보면, 대검찰청은 2023년 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6개 분기 동안 “검찰청법에 따라 모든 검사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에 대한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며 고검, 지검, 지청에서 ‘검사’가 근무하는 부서 대부분의 소속 검사와 공무원, 파견 내역을 보고했다.

대검찰청의 2024년 4월 보고 내용을 보면, 서울고검은 형사부 검사 15명, 공판부 검사 12명, 송무부 검사 4명, 감찰부 검사 6명의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고 제출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인권보호부, 형사1~9부, 공판1~5부, 조세범죄조사부, 여성아동범죄조사1·2부, 공공수사1~3부, 정보기술범죄수사부, 중요범죄조사부, 반부패수사1~3부, 강력범죄수사부, 공정거래조사부, 범죄수익환수부 등 대부분의 부서 검사 212명이 수사 개시를 할 수 있다고 적었다.

대검찰청의 2024년 4월 ‘수사개시 가능 부서 현황’ 보고 자료.

하지만 이는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축소한 개정 검찰청법(2022년 9월 시행)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검찰청법 24조 4항은 ‘검찰총장은 직접수사 개시가 가능한 부서의 직제와 해당 부에 근무하는 소속 검사, 공무원, 파견 내역 등의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이 규정은 검찰이 특수부 감축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신설된 조항이기 때문이다.

법 개정 당시 여야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권 축소를 위한 8개 항목에 합의했는데 여기에는 “검찰의 직접수사 총량을 줄이기 위해 현재의 5개 반부패강력(수사)부를 3개로 감축한다. 남겨질 3개의 반부패수사 검사 수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후 입법 과정에서 특수부(반부패수사부) 수를 법제화하지는 않았지만, 견제를 위해 24조 4항이 신설됐다. 박지원 의원은 “사실상의 국회 무시, 국민 무시의 위법적 행태로,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에서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특수부 인력 보고가 유명무실하다 보니, 검찰 일선 현장의 ‘특수부 인력 쏠림’은 여전하다. 정확한 현황을 파악도 어렵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검찰이 인지해서 수사에 착수, 기소까지 하는 부서의 현황을 요구하는 조항인데, 검찰 직제에 있는 모든 부서를 기재하는 것은 올바른 자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 부장검사는 “형사부 인원을 줄이고 특수부에 인원을 많이 배치하는 바람에 민생 사건을 도맡는 일선 형사부 검사들의 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검 관계자는 “법령에 따라 보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검의 국회 보고 의무를 실질화 하기 위해서는 조문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전직 검찰 간부는 “법 규정이 다소 모호하고 포괄적이기 때문에 입법 당시에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검찰에서도 면피가 가능해진 것인데, 국회에서 (개정 등)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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