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과 차별화’ 한동훈 압승…윤, ‘조기 레임덕’ 가시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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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4. 오전 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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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당 장악력 약화 당정관계 수세
한동훈, 자기 색깔 선명화할 땐 갈등 격화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 입장하며 한동훈 당대표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가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됐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를 내건 한동훈 대표가 23일 62.84%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당선된 것은 윤 대통령에게는 그만큼의 위기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가 4·10 총선을 거치며 악화하고 사실상 회복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가운데, ‘미래 권력’인 한 대표가 자기 색깔을 선명하게 할 경우 윤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찾아 당대표 선출 결과가 나오기 전에 한 축사에서 “우리는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이고, 우리는 하나”라며 “극단적인 여소야대 상황을 이겨내고 이 나라를 다시 도약시키려면 무엇보다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당정이 ‘하나’라는 표현을 다섯차례 썼고, ‘단결’도 세차례 언급했다.

그러나 한 대표가 당원 투표에서 62.65%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데 반해 친윤계가 지원한 원희룡 후보의 당원 득표율이 19.04%에 그칠 정도로, 윤 대통령에 대한 당내 반감은 예상보다 큰 것으로 드러났다. 김철현 정치 평론가는 “무게중심이 윤 대통령에서 한 대표에게 넘어가는 계기가 된 전당대회였다”며 “당정 관계에서 당이 우위에 서게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심이 ‘현재 권력’이 아닌 ‘미래 권력’을 택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은 약화하고, 당정 관계에서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이날 한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미래’ ‘변화’ ‘국민 눈높이’ 등을 여러차례 강조하며 당정 관계의 변화를 예고했다.

당장 야당의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공세에 한 대표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따라 당과 용산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여당의 총선 참패 뒤 여소야대 국면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정운영을 이어온 윤 대통령 입장에선 특검법 재의결을 부결하기 위한 여당의 108석이 소중하다. 야당이 추진하는 각종 특검법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써서 돌려보내더라도 8석의 여권 이탈표가 나오면 재의결에서 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대표에 출마하면서 채 상병 특검과 관련해 ‘제3자가 특검 후보 추천’이라는 대안을 제시한 한 대표가 특검법 국면에서 대통령실과 다른 입장을 취할 경우 윤 대통령의 거부권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전당대회를 달궜던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에서 드러나듯 김 여사와 관련된 여러 논란에 대한 시각차도 화약고다. 당장 이날 한 대표는 기자들에게 김 여사 ‘검찰 출장조사’와 관련해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통령실은 그동안 ‘전당대회 불개입’ 원칙을 천명하며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전당대회 결과에 촉각을 세워왔다. 이날 한 대표의 당선에 대통령실은 이전 사례를 고려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한 대표가) 예상보다 높은 득표율이 나왔다”고만 언급했다.

일단 대통령실은 한 대표와 충돌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는 것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다른 관계자는 “야당이 이렇게 (윤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이는데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겠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윤 대통령이 체코 원전 수주 등 국정 성과를 보여주며 국민 지지를 받으면, 여당도 무조건 용산과 각을 세우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당정 화합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한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전당대회 낙선자, 신임 지도부 등을 24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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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에서 용산 대통령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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