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장은 행사 초반부터 한동훈 대표의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1호 당원’ 윤석열 대통령은 2년 연속 전당대회를 찾았지만, 사회자가 나서서 호응을 유도하는 등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날 전당대회가 열린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한 대표의 지지자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당 상징색인 붉은색 일색으로 꾸며진 행사장에서 한 대표 지지자들이 즐겨 입는 흰색 옷차림을 한 이들은, 이날 오후 2시40분께 한 대표가 등장하자 함성을 지르고 휘파람을 불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 대표도 지지자들을 향해 불끈 쥔 주먹을 흔들거나 고개 숙여 인사하며 화답했다.
오후 3시 윤 대통령이 입장할 때에도 당원들은 박수로 그를 반겼다. 붉은색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이 등장하자 참석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쳤다. 사회자는 윤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하며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당원들의 손을 맞잡으며 귀빈석으로 향한 윤 대통령은 지도부와 당 소속 의원,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과도 일일이 악수했다. 한 대표와도 짧게 악수했지만, 별다른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두 사람은 지난 4일 행사장에서 ‘1초 악수’를 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약 13분간의 축사에서 “우리는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이고, 우리는 하나”라며 ‘당정 통합’을 강조했다. 축사를 마친 윤 대통령은 결과 발표가 나오기 전 일정을 이유로 행사장을 떠났다.
이날 오후 5시께 서병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이 한 대표의 득표율(62.84%)을 발표하자 장내 함성은 절정에 달했다. 두 팔을 번쩍 들며 환호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 후보의 당선을 선포하기 전부터 지지자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해, 서 위원장이 “조용히 해달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나경원·원희룡 후보는 내내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한 대표 당선이 확정되자 악수를 청하거나 포옹하며 축하를 건넸다.
한편 이날 전당대회는 ‘에이아이(AI·인공지능) 시대를 주도하는 정당’을 콘셉트로 진행됐다.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인공지능 기술로 재현해 ‘자유민주주의’(이승만) ‘한강의 기적’(박정희) ‘금융실명제’(김영삼) 등의 성과를 언급하는 영상이 재생되자 당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화면 속 인공지능 진행자 ‘힘이’가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후보자 혁신 토크’ 등을 진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