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교대근무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퇴사율이 높았던 병원 간호사를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행했더니, 퇴사율이 낮아지고 간호서비스 질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일-생활 균형이 확보된 데 따른 것으로, 주 4일제 시행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세브란스병원 주 4일제 시범사업 1년의 결과와 함의’ 토론회에서 공개된 시범사업 결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년 동안 주 4일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세브란스병원 병동 3곳의 퇴사율은 전년에 견줘 3.6∼8.8%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신촌 171병동은 퇴사율이 3.6%에서 0%로, 신촌 172병동은 9.1%에서 2.9%로, 강남 83병동은 27.0%에서 18.2%로 줄었다. 주 5일제로 운영된 병동 2곳 퇴사율이 전년도보다 늘거나 비슷한 것과 대조적이다.
퇴사율 감소는 주 노동시간이 평균 9시간40분 줄어들면서 일·생활 균형이 확보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주 4일제를 시행한 병동 간호사들의 ‘행복도’는 2022년 5.3점(10점 만점)에서 2023년 6.2점으로, 일·생활 균형 만족도는 2022년 3.7점에서 5.5점으로 올랐다. 지난해 주 5일 근무자의 행복도 5.4점, 일·생활 균형 만족도 5.0점보다 높은 수치다.
간호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질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 4일제를 시행한 신촌 172병동의 경우 지난해 환자들로부터 접수한 친절 건수는 111건으로 전년(42건) 대비 2.6배였다. 주 5일제 병동의 친절 건수도 다소 늘었지만, 주 4일제 병동보다 증가 폭이 작았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안정빈 간호사는 “사업 참여 전에는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주 4일제 이후 잘 먹고 잘 자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었고 마음이 여유로우니 환자에게도 친절하게 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2022년 노사 합의를 통해 지난해 1년 동안 주 4일제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추가 인력을 채용하고 시범사업 참여자의 임금 10%를 삭감했다. 시범사업 연구를 총괄한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병원 간호사의 건강과 일·생활 균형을 높이고, 이직·퇴직률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주 4일제 도입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의료원 등 단계별로 시범사업 확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