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19일 시행…“양육포기 합법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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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9. 오전 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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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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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확대 없인 익명 출산만 늘릴 것”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지난 10일 출생 통보제 시범운영 의료기관인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을 찾아 위기 임산부 진료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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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이 신생아가 태어나면 출생 사실을 정부에 의무적으로 알리는 ‘출생 통보제’와 의료기관 밖에서 출산해 신생아가 유기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 가명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보호 출산제’가 19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지원이 부족해 보호 출산제가 익명 출산만 늘릴 거란 우려가 나온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9일부터 출생 통보제가 시행되면 병·의원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동을 파악하고 보호할 수 있게 된다”며 “위기 임산부가 신분을 밝히지 않고 병·의원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보호 출산제도를 같이 도입해 아동을 보다 빈틈없이 보호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두 제도는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안 된 영유아 2236명(2015~2022년생)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지난해 6월 수원 영아 사망 사건으로 도입 논의가 이뤄졌다. 경제적 어려움 탓에 영아 2명을 숨지게 했다고 진술한 사건이다. 이후 지난해 7월과 10월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과 제정이 이뤄졌다

출생 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출생 후 14일 안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통보하면, 심평원이 다시 지방자치단체(시·읍·면장)에 통보하는 제도다. 19일 0시 태어난 아이부터 적용된다. 출생 1개월 안에 부모 등 신고 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지자체가 신고 의무자에게 7일 안에 출생신고하도록 통지한다. 그 뒤로도 출생신고가 안 되면 지자체가 법원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을 등록한다.

보호 출산제는 의료기관 출산이 어려운 위기 임산부의 출산을 위해 함께 도입됐다. 산모가 보호 출산을 신청하면 가명과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관리 번호가 주어진다. 이를 통해 신원을 밝히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검진과 출산을 할 수 있다. 단, 보호 출산을 신청하려면 원가정 양육 지원 상담을 의무적으로 받고, 지역 상담기관 상담도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국 17개 시·도에 위기 임산부 상담기관 16개가 설치됐다. 보호 출산 이후 최소 7일 이상 직접 양육하는 숙려 기간을 가진다. 입양 등 보호 절차는 이 기간이 지나 이뤄진다. 보호 출산은 입양 허가 전까지 철회할 수 있다. 정부는 위기 임산부가 24시간 상담받을 수 있는 상담전화 ‘1308’을 운영한다. 출산 이후 한부모 가족이 되면, 소득과 무관하게 한부모 가족시설에 입소할 수 있도록 소득 기준을 19일부터 폐지한다.

보호 출산제 시행을 앞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호 출산 때 숙려기간 140만원 지원금을 무기명 선불카드로 추가 지원하지만, 직접 양육을 선택할 만큼 충분하진 않다는 지적이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한겨레에 “아이 키우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지원 제도나 정책이 우선이란 시민사회 목소리가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임신 사실을 숨기기 어려운 6∼7개월부터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정부가 예비 부모수당을 지급하거나, 주거 지원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도 “보호 출산제 전후로 달라진 건 불법이었던 익명 출산이 합법화됐다는 것 뿐”이라며 “이대로라면 보호 출산으로 태어난 아동 대부분이 가정에서 자랄 권리를 얻지 못한 채 시설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 확대와 함께 추가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위기 임산부는 생부가 산모와 아이를 버리고 갔다는 뜻인데, 이 위기를 초래한 생부의 책임 부분이 법에 빠져 있다”며 “생부 책임을 강화하도록 생모가 양육을 결정하면 국가가 생부로부터 양육비를 회수할 책임을 지니도록 하는 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호(익명)출산제 폐지연대와 고아권익연대는 19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호 출산제를 폐지하고, 보편적 임신·출산·양육지원법 제정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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