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부부 건보 피부양 등록 가능하다…대법 “인정 않는 건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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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8. 오후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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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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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김용민·소성욱씨가 마주 보며 웃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동성부부의 사회보장제도상 권리를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다.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소성욱씨가 “동성인 배우자를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인정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상고 기각으로 확정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 있는 집단에 대해선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아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는데, 이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라며 “동성 동반자는 직장가입자와 단순히 동거하는 관계를 뛰어 넘어 부부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피부양자로 인정되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동성 부부라는 이유로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을 박탈당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낸 소성욱(왼쪽 셋째)·김용민씨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사실혼 동성 부부의 배우자를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 뒤 소회를 밝히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정효 기자 [email protected]

소씨는 지난 2019년 동성인 김용민씨와 결혼식을 올린 뒤 퇴사했다.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김씨는 소씨를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이런 사실이 한겨레21 보도로 알려지자 건보공단은 일방적으로 소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취소한 뒤 소씨의 지위를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보험료를 새로 청구했다.

지난 2022년 1월 1심은 “건강보험 영역에서 특히 사실혼의 개념을 동성 간 결합에까지 확대해야 할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2심 재판부는 “평등 원칙을 위반한 차별”이라며 소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함께 생활하고 서로 부양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전통적인 가족법제가 아닌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에서조차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행위”라며 “민법 내지 가족법상 ‘배우자’의 범위를 해석·확정하는 문제는 충분히 다른 국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관 이동원, 노태악, 오석준, 권영준은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상고기각’이라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면서도 “동성 동반자가 사실상 배우자와 동일한 집단에 속한다고 볼 수 없어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며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면 입법이나 위헌법률심판제도로 교정해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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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 노동 담당을 거쳐 한겨레 법조팀에 있습니다. 잘 듣겠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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