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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개봉을 앞둔 애니메이션 ‘슈퍼배드4’가 개봉 전 주말에 대규모 유료 시사회를 열면서 변칙개봉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협)는 유료 시사 철회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지난해에도 ‘범죄도시3’가 개봉 전 유료시사로 48만여명을 동원하며 변칙 개봉이라고 비난을 받았지만 제작자 쪽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건 처음이다.
‘슈퍼배드4’는 지난 9일 주요 멀티플렉스에 예매 창구를 열었다. 스크린 수가 많은 씨지브이(CGV) 용산이나 왕십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등은 이번 주말 20∙21일 이틀간 각각 11~12개의 스크린에서 상영이 잡혔다. 대부분 오후 1시~11시까지의 이른바 골든 타임대로 300석 이상의 대형관도 포함돼 있다. 배급사인 유니버설픽처스는 20∙21일 멀티플렉스 3사를 포함한 전국 400여개 극장에서 80만석의 규모로 유료 시사회를 진행한다고 일찍부터 홍보에 나섰다. 흥행 1~2위를 하는 화제작의 주말 좌석 점유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관객층이 겹치는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뿐 아니라 호평을 받으며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는 ‘탈주’, ‘핸섬 가이즈’, ‘하이재킹’ 같은 한국 영화에도 직격탄이 됐다. 제협은 이런 유료시사가 “영화산업의 공정경쟁환경을 저해하고 다른 개봉작들의 상영 기회를 축소·박탈한다”고 비판했다.
유료 시사회로 문패를 건 변칙개봉 논란의 이력은 짧지 않다. 2016년 ‘부산행’은 개봉 전 주말부터 유료 시사로 56만여 명을 동원하며 개봉 전 최대 관객수 기록을 세웠고 2013년 개봉한 ‘슈퍼배드2’도 개봉 전 300개에 달하는 스크린에서 유료 시사를 열어 16만5000여 명이 미리 봤다. 당시 ‘슈퍼배드2’ 보다 2주 먼저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드래곤볼 제트(Z):신들의 전쟁’ 배급사가 변칙개봉으로 피해를 봤다며 ‘슈퍼배드2’ 배급사인 유피아이(UPI)코리아를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변칙개봉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이를 강행하는 이유는 개봉 전 입소문을 만들고 개봉 이후 첫주 박스오피스에 유료시사 관객까지 합산이 되면서 ‘잘되는 영화’로 포장하기 좋기 때문이다. 유료 시사 자체는 큰 영화든 작은 영화든 마케팅 수단으로 정착됐지만 지나치게 규모가 커질 경우 시장교란의 문제가 발생하는 탓에 적정선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어 반복될 수밖에 없는 논란이기도 하다.
‘슈퍼배드4’의 경우 이번 주에 이례적으로 화제작 개봉이 없는 틈을 배급사가 공략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신작 개봉이 없어 좌석 점유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료 시사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연히 정해진 개봉일을 사실상 어기는 식으로 변칙 개봉을 하면 예정된 계획에 따라 상영 일정을 짜고 마케팅을 하는 다른 개봉작에 피해를 줄 수 밖에 없다. 수요일로 옮겨져 정착된 개봉일을 다시 금요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런 변칙개봉을 막자는 취지도 있다. 현재 개봉 중인 한 영화의 배급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씨가 말랐던 중간 규모의 한국영화들이 오랜만에 선전하고 있었는데 변칙개봉으로 이번 주말부터 좌석 수급이 어려워 기세가 꺾일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