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격노’에 이어 ‘VIP 구명’ 녹취, 언제까지 덮을 수 있겠나

입력
수정2024.07.10. 오후 6:38
기사원문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5월14일 경북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이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구명 로비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왜 특별한 인연도 없는 임 전 사단장을 콕 집어 처벌 대상에서 빼라는 취지로 지시했는지 의문을 풀어줄 중요한 ‘단서’다. 녹취록 당사자는 “브이아이피(VIP)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라는 억지스러운 해명으로 로비 의혹을 부인한다. 하지만 그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 계좌로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드러난데다, 김 여사도 그와 아는 사이라고 밝힌 바 있어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 사안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에서 유죄(징역 2년·집행유예 3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씨가 주가조작의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면서 김 여사 계좌를 이용해 시세조종을 했다고 판결했다. 김 여사도 2021년 검찰에 낸 진술서에서 이씨를 알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그런 이씨가 지난해 국방부 검찰단이 ‘채 상병 순직사건’을 경북경찰청에서 회수한 이후 해병대 후배와 통화하면서 “임성근 사단장에게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브이아이피한테 얘기를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때는 임 전 사단장의 혐의 제외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되던 때였다. 임 전 사단장도 처음에는 사표를 내려고 했다가 갑자기 이를 번복했다. 해병대 출신인 이씨는 해병대 고위직과도 친분이 있다고 한다. 이런 사실들을 고려하면 녹취록을 일개 주식 중개인의 과장된 허풍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오히려 이씨와 김 여사의 관계를 보면, 이씨의 구명 로비 의혹은 상당한 근거가 있어 보인다.

녹취록에는 이씨가 군과 경찰 인사와 관련해서도 로비를 했다는 내용도 등장한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김 여사의 공직 인사 개입 의혹은 공공연한 비밀처럼 돼버렸다. 오죽하면 정부 고위직에 이상한 인사가 날 때마다 ‘김건희 인사’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공수처는 녹취록에 등장하는 브이아이피가 누군지, 실제 로비가 이뤄졌는지 등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녹취록은 또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단순한 ‘전주’가 아니라는 의심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검찰도 말로만 ‘성역 없는 수사’를 외치지 말고 제대로 수사하길 바란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