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분쟁종식 선언…봉합인가, 또다른 갈등 불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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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후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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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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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연합뉴스

한미약품그룹(이하 한미약품)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한 가운데 ‘키맨’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경영권 분쟁 종식’을 선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양쪽 입장에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되면서 이번 선언이 또 다른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회장은 10일 임종윤 사장과 입장문을 내어 “분쟁 종식(을) 선언”했다. 신 회장은 임 사장 쪽을 통해 “한미약품의 가족 간 불협화음이 극적으로 봉합됐다”며 “6개월 이상 지속된 가족 간 분쟁이 종식되고, 한미약품그룹은 결속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이어 “모녀(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도 형제(임종윤 사장·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도 모두 뜻을 모았다”며 “두 형제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책임경영과 전문경영, 정도경영을 하이브리드 형태로 융합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번 입장문이 임 사장 주도로 작성됐다는 점이다. 신 회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임종훈·종윤 형제와 뜻을 모아 화합하기로 한 것은 맞지만 경영진 구성 등에 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이는 입장문에서 ‘책임경영’과 ‘전문경영’을 하이브리드 형태로 융합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내용과 다소 온도 차가 있는 대목이다. 하이브리드 형태의 경영진 구성은 신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 경영인을 기용하면서도 형제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송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이날 입장문 발표에 앞서 관련 내용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사전에 조율된 내용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로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다. 앞서 올 초 오씨아이(OCI)그룹과 통합 추진 과정에서 촉발된 한미약품 총수일가 경영권 분쟁 당시 모녀가 아닌 형제 편에 선 바 있다. 그 결과 임종윤·종훈 형제는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해 경영권을 쥘 수 있었다. 그러나 불과 100일 만에 입장을 바꿔 모녀와 지분 매입 계약과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 계약을 맺으면서 임씨 형제는 경영권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한편, 이날 신 회장의 ’경영권 분쟁 종식’ 선언에 한미약품 주가는 전날보다 6.53% 오른 30만2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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