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위기 말하니 ‘배에서 내리라’…총선 이긴 당 전당대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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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전 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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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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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정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채 상병 특검법 찬성, 민심 따르는게 정치인 역할
총선 참패는 민생경제 방치한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김건희 문자’ 유출 경위 밝혀져야 의도도 드러날 것
의-정 갈등 장기화, 의대 증원 시행 유예가 유일한 답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email protected]

지난 7월4일 국회 본회의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 의원으로서 유일하게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굉장히 큰 용기”(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라는 찬사도 있지만, 당내에선 “제명하거나 스스로 탈당해야 한다”(강민국 의원)는 비판이 거세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안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 찬성에 대해 “민심을 따르는 게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했다.

또 안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창업 공신’이다. 2022년 대선 직전 ‘후보 단일화’로 윤 대통령 당선에 힘을 보탰고,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서 정책의 밑그림을 짰다. 총선 당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윤 대통령의 ‘변화’를 촉구했고, 최근 전당대회 논란을 두고 “총선에서 이긴 정당의 전당대회를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여당 의원으로서 채 상병 특검법에 유일하게 찬성했다. 당내에서 비판이 거센데 괜찮은가?

“여러 차례에 걸쳐서 입장을 말씀드렸다. 지금까지 당에 소속된 사람으로서 다른 정책에 대해선 생각이 같았는데, 이 건에 대해서만은 다른 입장이다.”

―어떤 이유인가?

“국가의 가장 중요한 그 의무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또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에 대해선 국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우를 해주는 게 선진국이고 품격있는 나라다. 국방과 안보는 보수나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갤럽 6월28일치 여론조사를 보니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는 분들이 63%에 이른다. 한달 반 전 조사보다 늘어났다. 보수층만 놓고 봐도 비슷하다. 보수에서조차 이 문제에 대해선 특검을 해서 올바로 진상을 규명하고 그에 합당하게 그분에 대해서 예우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제가 원래 생각했던 것을 다른 분들도 똑같이 생각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민심에 따르는 게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찬성 표결에 대해 지도부 경고는 없었나?

“없었다. 그리고 그동안 여러 번에 걸쳐 찬성 입장을 밝혔는데, 단 한 번의 접촉도 없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에서 재의결을 해야 하는데, 그때도 찬성할 건가?

“제일 좋은 것은 여야 합의다. 지금까지 그 노력이 여러 사정으로 부족했다. 곧바로 투표하지 말고, 민심을 받들어서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켰으면 한다. 조국혁신당은 특검 후보 추천권한을 내려놨다. 채 상병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특검법 통과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민주당도 그랬으면 좋겠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3년간 이렇게 소모적으로 국회를 끌어갈 건가. 야당의 제1의 대화 상대는 여당이지만, 여당의 제1의 대화 상대는 국민이 돼야 한다. 여야가 서로만 보며 싸우는 게 여의도 정치다. 결국 국민은 소외되고, 국민 삶에 누구도 관심을 안 갖는다. 그 원망은 전부 여당에 돌아간다.”

―대통령실은 채 상병 특검법 통과에 반발하고 합의에도 부정적 의사를 피력했다.

“채 상병 사건이 벌어진 지 1년이 다 돼간다. 젊은이가 사람을 살리려다(실종자 수색) 자기 목숨을 잃은 불행한 사건이다. 그런데 경찰 수사가 너무 늦었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도 너무 늦게 시작했다. 고위층 (외압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수사가 빨리 이뤄졌다면 오해도 불식됐을 것이다. 빨리 진상을 규명하고 분명하게 정리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또 다른 무수한 과제들이 많은데 그게 다 멈춰져 있다.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고, 그 인식을 여·야·정이 다 같이 했으면 좋겠다.”

―특검법 찬성 표결이 윤 대통령에 대한 선전포고처럼 보인다.

“저는 국민이 먼저다.”

―총선 때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했다. 선거 참패 예상했나?

“예상했다. 작년에 이미 저와 윤상현 의원이 수도권 위기론을 얘기했다. (당에) 수도권 의원이 몇명 안 되고, 그중에서 강남을 빼면 민심을 정말 잘 모른다. 그런데 위기론을 얘기하니까 “배에서 내리라”고 하더라. ‘너희가 틀렸다’는 거다.”

―참패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총선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다. 저는 큰 방향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행 과정이 너무 거칠었다. 5세 입학,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의사 증원 논란 등이 다 그렇다. 또 중요한 게 민생 경제다. 짜장면이 1만원이 넘는다. (민생 경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안 좋았다. 그걸 솔직하게 고백하고 해결 방안을 얘기해야 하는데, ‘지표가 좋아지고 있고 우리가 잘 되고 있다’고만 하면 공감이 안 가는 거다. 게다가 여당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야당과 싸우기에만 집중해서 민생을 돌보지 않았다. 그러다 ‘회칼 테러’ 발언에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의료 대란까지 다 합쳐졌다.”

―이 정도 총선 결과면 국정운영 동력이 없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총선 직후에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국정운영의 방향을 민생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그에 부합하려는 변화가 있었나?

“사표 낸 사람 중 바뀐 사람이 별로 없다. 사실 거의 안 바꿨다. 물론 윤 대통령이 나름대로 변하려고는 노력했다. 이재명 대표와 면담했고 기자회견도 했다. 하지만 이어지지 않았다. 영수회담만으로는 안 된다. 군림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어 여야가 법안에 합의하고 대통령이 실행을 담보해야 한다. 기자회견도 자주 하고, 소통을 더 강화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

―대선 때 윤석열 당시 후보와 단일화 선언하면서 ‘공동정부를 꾸리겠다’고 했는데 없던 일이 됐다.

“ 국민들이 다 기억하고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게 나름대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110 대 국정과제를 만들어드렸는데, 실행이 안 된 경우가 좀 있다. 예를 들어 과학기술이 핵심 과제라고 생각해서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는데, 반대로 연구개발 예산을 깎았다.”

―초기 내각 구성 때 안 의원 쪽 추천인사가 모두 배제됐다.

“권한의 크기와 책임의 크기는 비례한다. 그 말씀밖에 드릴 게 없다.”

―총선 결과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인데,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사로서 책임감을 느끼나?

“여당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email protected]

―작년 전당대회 때 당대표에 출마했다가 ‘국정운영의 방해꾼’ 소리를 들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명백한 왜곡이었지만, 대통령 임기 초반인데 정면으로 맞서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후 본의 아니게 ‘반윤’은 아니고 ‘비윤’의 스탠스를 취하게 됐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배신의 정치’가 화제인데 어떻게 보고 있나?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의 전당대회를 보는 것 같다. 참패했으면 성찰하고 개혁하고 변화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 ‘배신’이라는 건 결국 계파 정치다. 잘못 가고 있다.”

―당이 총선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고 보나?

“영남 의원들이 대다수인데, 지역구에서 듣는 얘기는 (수도권과) 완전히 다르다. 수도권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자신들이 들은 얘기가 전부라고 생각한다.”

―누가 당대표가 될 것 같나?

“한동훈 후보가 앞서가긴 하는데, 한국갤럽 조사를 보니까 한동훈 후보가 (지지율이) 50%가 안 되더라. 나머지 세 사람 후보를 합하면 (한 후보와) 비슷하게 나와서 결선투표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후보 간 ‘문자 공방’이 최대 논란거리가 됐다.

“결국은 이것도 계파 갈등의 연장 아니겠나. 이런 것을 흘리는 목적이 있다.”

―문자 유출 경위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아직 사실관계를 알 수 없다. 다만 문자 내용이 알려지게 된 경위는 제대로 밝혀져야 의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에서 김건희 여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제2부속실 설치하고 특별감찰관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래야 국민들도 (김 여사가) 제대로 관리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정부와 의사 쪽 누구 책임이 더 큰가?

“정부 쪽이다. 정책을 펼치려면 먼저 우군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오래된 문제가 세 가지 있다. 필수의료가 부족하고, 약이나 백신 만드는 의사과학자가 부족하고, 지방의료가 굉장히 열악하다.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만들려면 먼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시하고, 그다음에 증원 논의를 하는 게 순서다. 하지만 그런 과정 없이 처음부터 2000명이라고 발표해버렸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인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의사) 숫자로 때우겠다는 것은 정말 잘못된 정책이다.”

―해결책이 있나?

“딱 하나 있다. 의대 증원에 합의는 하되, 시행은 내년(2026학년도)부터 하는 거다. 그 사이에 공론화위원회를 만들고 외국의 공신력 있는 기구도 같이 참여해서 데이터를 보면서 합의해야 한다. 그게 유일한 답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가지 일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질 것이다. 우선 몇달 안에 지방의료원부터 붕괴할 것이다. 이미 매일 몇억씩 적자를 보고 있다. 두번째로 당장 내년에 인턴, 공보의, 군의관이 절대 다수 부족해진다. 세번째 교육 문제다. 정원 3000명, 1500명 증원, 3000명 유급인원까지 7500명이 한번에 교육받아야 한다. 의대는 실습이 가장 중요하다. 이 규모를 교육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계 수준까지 올라왔던 우리 의료가 하향평준화될 것이다.”

―결말이 어떻게 될 것 같나?

“둘 중의 하나다. 의료시스템 붕괴, 아니면 이걸 막기 위해 제가 제안한 대로 증원을 내년부터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돌아온다.”

―이미 교육부에서 학교별 정원까지 확정했다. 의대 증원 보류를 얘기하기에는 너무 많이 와버린 것 아닌가?

“ 행정적으로 확정한 거다. 지금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행정적인 것은 바꿀 수 있다. 어떤 쪽이 손해가 더 큰가를 생각해야 한다. 또 전공의들은 병원에 돌아올 생각이 없다. 의대만 졸업하면 바로 개업 가능하다. 또 휴학하고 군대 가면 18개월이지만 군의관 가면 38개월이다. 그냥 군대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런 우려를 대통령실에 전달했나?

“제가 노력을 굉장히 많이 했다. 최근까지 대통령실과 의대교수 비대위의 협상 자리도 마련하고 의논도 많이 했는데, 정부가 2000명이라는 숫자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어서 결국은 안 됐다.”

―국회 상임위를 외교통일위원회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

“지금 전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가장 큰 것이 과학기술 외교다. 과학기술과 외교, 안보, 경제가 뭉쳐지는 상황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있다. 대만의 티에스엠시(TSMC)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다. 20년 전만 해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 해도 미국이 개입했을지 의문이지만, 지금은 티에스엠시를 뺏기지 않으려 아마 미국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전력을 거기다 쏟아부을 거다. 대만은 티에스엠시 덕분에 안보가 보장이 된다.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강대국들이 필요로 하는 최첨단 과학기술을 확보하는 것뿐이다. 과학기술을 아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어야겠다 싶어서 외통위로 갔다.”

―그런데 상임위원장 선거에선 떨어졌다.

“안 되는 줄 알고 나간 거다. 메시지를 내러 나갔다. 상임위원장은 선수를 존중해 지도부가 중재를 하는 게 관행이다. 4선 의원 중에 나만 유일하게 상임위원장을 못 했다. 지난해 전당대회 출마 때문에 다른 분에게 양보했다. 그러면 관행에 따라 그다음은 제 차례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도부도 아닌 3선 의원들끼리 모여 상임위원장을 정했다. 아무런 당직을 갖지 않은 이들이 모여서 자기들끼리 나눈 것이다. 또 전국 정당이 되겠다면서, 상임위원장에 수도권 의원은 빼고 거의 영남으로 채웠다.”

―차기 대선은 출마하나?

“대선이라는 게 그렇더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이런 생각이 모이면 그게 시대적 정신이 된다. 경제가 잘 됐으면 좋겠다 생각할 때 뽑힌 분이 이명박 대통령이고, 공정과 상식이 필요할 때 뽑힌 분이 윤 대통령이다. 나름대로 소명 의식을 갖고 정치하다 보면, 그때 나오는 시대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이 뽑히게 되는 게 대선 같다. 그런데 그건 누구도 알 수 없고, 저는 제가 잘 아는 과학, 의학, 아이티, 기술, 경영 이런 쪽으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게 필요한 시대가 오면 부름을 받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아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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