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사슬·삭발 부른 국힘·민주 ‘자리 싹쓸이’…지방의회 구태 반복

입력
수정2024.07.10. 오전 9:02
기사원문
박수혁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위주로 이뤄진 수원시의회 원 구성에 반발하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릴레이 삭발에 나서는 모습. 수원시의회 국민의힘 제공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다수당의 의장단 독식은 지방의회 민주성과 공정성을 훼손합니다. 의장단 선출 방식을 개선해 다양한 정당이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한 구조를 마련해야 합니다.”

국민의힘이 다수인 춘천시의회가 후반기 원 구성에서 상임위원장 1석을 뺀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등 모든 자리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로 채우자 최은예 춘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최 국장은 “고질적인 의장단 독식 탓에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의회 내부의 견제와 균형이 약화되며, 권력이 집중돼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 이는 의회 역할을 왜곡하고, 시민들의 이익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의회 독재 선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철빈 민주당 강원도당 사무처장은 “지난 선거 결과 국민의힘 13명, 민주당 9명, 정의당 1명으로 춘천시민은 특정 정당의 독주가 아닌 여야 견제와 균형을 선택했다. 1석 배분은 지방선거 민의에 대한 부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단독으로 화성시의회 의장 선출을 강행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쇠사슬로 본회의장 문을 잠근 모습(사진 왼쪽)과 원 구성에 합의한 이후 개방된 본회의장 모습. 연합뉴스

7월부터 전국 지방의회 후반기 일정이 시작됐지만 여기저기서 원 구성을 놓고 파행이 반복되고 있다. 특정 정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의장과 부의장, 각 상임위원장 등을 독식하면서 정당 간 갈등이 심화되고 이 때문에 원 구성조차 못 하는 지방의회가 속출하는 탓이다.

경기도 수원시의회에서는 춘천과 반대로 민주당 위주로 꾸려진 원 구성에 반발하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릴레이 삭발에 나서는 등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야 의원 수가 비슷한 만큼 양당 대표단이 합의해 다시 원 구성을 해야 한다. 민주당은 민의를 저버리지 말고 화합의 정신과 협치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의장 불신임안까지 제출했다.

울산시의회에서는 여야 갈등이 아니라 다수당 내부의 감투싸움이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지난달 25일 실시된 후반기 의장 선거에서 이성룡 의원과 안수일 의원이 11 대 11로 똑같은 표를 받았고, 최다선인 이성룡 의원이 후반기 의장이 됐다. 하지만 이 의원 기표란에 기표가 두 차례 됐다는 사실이 발견됐고, 안 의원이 중복 기표한 투표용지는 무효표라며 시의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다툼으로 비화한 상태다. 이 탓에 지난 1일 열리기로 했던 임시회는 20여일 뒤로 미뤄졌고, 운영위원장 선출과 상임위 배정도 하지 못한 채 파행만 거듭하고 있다.

울산 남구의회에서는 의장단 선출과 관련한 여야 갈등이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울산 남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의힘 소속 이상기 신임 의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모습. 울산 남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제공

경기 화성시의회에서는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단독으로 의장 선출을 강행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28일 쇠사슬로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본회의장을 봉쇄했다. 화성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 참사 추모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감투싸움’에 혈안이 됐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결국 이들은 지난 4일 민주당이 의장과 상임위원장 세 자리를, 국민의힘은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두 자리를 맡는 식으로 원 구성에 합의했다.

지방의회 원 구성 때마다 자리다툼이 반복되면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창호 춘천시민연대 운영위원장은 “2년마다 재발하는 원 구성 파행은 특정 정당만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다수당이 의장단을 독점하는 결과를 낳는 현재의 의장단 선출 방식 탓이 크다. 의회 규정을 개정해 다수당이 의장단을 독점하지 않도록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