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폭우’ 장마철 뉴노멀 되나…올해만 벌써 9차례 집중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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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후 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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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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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호우는 시간당 30㎜ 이상
시간당 40~63㎜ 폭우 흔해져
전국적으로 장맛비가 내린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충북 옥천 청산면에는 하룻동안 190㎜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나 난 듯 시간당 41.5㎜씩 쏫아지는 비에 무너진 산비탈 축대에 깔려 주민 1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날 새벽 경북 안동 옥동 등 7개 읍면동 자치구와 영양군 영양읍 등 4개 지역엔 시간당 50㎜의 강한 비가 쏟아지며 올해 처음으로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다음날인 9일, 경북 고령에서도 시간당 63㎜의 비가 쏟아졌다. 지난달 19일, 제주도에서 장마가 시작된 이래 이날까지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가 발생한 것은 모두 9번이다.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우리나라 여름철 장마 기간에 짧은 시간에 많은 비를 집중적으로 쏟아내는 ‘기습 폭우’가 뉴노멀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장마는 정체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오랜 기간 지속되는 비’를 뜻하는 말인데,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대기의 습윤 정도가 커지면서 정체전선이 머무는 곳에 세찬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현상이 늘어날 것이란 의미다.

실제로 여름철 장마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강수 ‘강도’는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기상청의 ‘2022년 장마백서’를 보면,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의 발생 빈도는 최근 20년(2001∼2020년) 동안 1970~1990년 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국내 연구진이 지난해 국제기후학저널에 발표한 ‘한국과 동아시아의 여름철 평균 및 극한강수량의 장기변화’ 논문을 보면, 지난 60년간 하루 100㎜ 이상의 집중호우 빈도 역시 꾸준히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은철 장마특이기상연구센터장은 “서해와 동해의 해수면 온도가 전세계 해역과 비교해봐도 빨리 증가하고 있는 것이 원인 중 하나”라며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수증기가 넓게 퍼져 지속적인 비를 유발하는 층운형 구름이 아니라 위로 쌓여 강한 비를 유발하는 적운 형태로 만들어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욱 한양대 교수(해양융합공학과)는 “대기의 습윤 정도가 커지면서 강한 비를 내리는 온난형 구름이 많이 발달하게 되는데, (지구온난화로) 이런 현상들이 더욱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기습 폭우를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기습폭우가 잦아지면서 도로·주책 침수와 토사 유출 및 산사태, 급류 사고 등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지자체 등 공적 영역에서의 시설 관리 등 철저한 대비만큼이나, 개인의 신속한 대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주 경일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짧은 시간에 기습적인 폭우가 내릴 경우 배수 시설이나 인프라가 아무리 잘 구비돼 있어도 침수 등의 피해를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일단 침수 피해가 예상되면, 해당 지역에서 벗어나 안전 지역으로 이동하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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