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건희 문자’ 공개 파문, 대통령실은 ‘진상’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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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8. 오후 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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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0일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출국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른바 ‘김건희 문자’가 공개된 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진흙탕 싸움판으로 변질됐다. 친윤과 반윤의 사활적 계파 갈등이 고조되면서 집권 여당의 진로와 미래에 대한 논의는 아예 사라졌다. 오죽하면 여당 안에서도 “자해”라는 비판이 나오겠나. 그런데도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김 여사와 대통령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7일 “대통령실은 여당 전대에 일체의 개입과 간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했다. 자신들은 이번 일과 무관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말은 객관적 사실은 물론 상식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그 문자는 지난 1월 김 여사가 당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것이다. 당사자인 두 사람만 아는 일이다. 보관도 두 사람만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그 문자가 느닷없이 세상에 알려졌다. 6개월 전에 보낸 문자가 하필 여당 전대라는 주요 정치 이벤트에 맞춰 공개된 것을 우연이라고 할 수 있나. 한 전 위원장이 아니라면 그 문자의 최초 유출자는 김 여사나 그 주변 측근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다. 여당에서는 일부 친윤 핵심 의원 등이 문자 내용을 들고 다니며 보여주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 문자는 대체 어디서 구했다는 말인가. 이런데도 대통령실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나.

대통령실의 여당 당무 개입은 알려진 것만 해도 여러 건이다. 이준석 전 대표 축출, 나경원 의원 당대표 출마 배제, 지난 1월 한 전 위원장 사퇴 요구에 모두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건 세상이 다 안다. 그런데 유독 이 건만 아니라고 하면 누가 믿겠나.

김 여사의 침묵도 심각한 문제다. 김 여사가 ‘디올 백’ 수수를 잘못이라고 생각했다면, 그 즉시 사과부터 했어야 옳다. 한 전 위원장의 허락을 구하거나, 판단을 떠넘길 일이 아니다. 문제의 문자가 뒤늦게 공개돼 집권 여당 전대가 난장판이 됐는데도 침묵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행동 아닌가. 결국 이 문제가 지금껏 논란과 공방의 대상이 되는 것은 김 여사가 사과해야 할 때 하지 않고, 수사 또한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지금이라도 문자 공개의 진상을 철저히 파악해 전모를 밝혀야 한다. 또 필요한 조처가 있다면 취하는 게 정상이다. 정말 개입도 간여도 하지 않았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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