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경찰, 외교관 자녀들 인종차별…“13살 머리에 총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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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8. 오후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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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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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외교 논란 비화되자 정식 사과
브라질 가수가 7일(현지시각) 음악 겨울축제에서 노래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FP 연합뉴스

브라질에서 근무하던 외교관 자제들이 인종차별을 당한 사실이 드러나자, 브라질 당국이 해당 국가에 정식으로 사과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3일 캐나다와 가봉, 부르키나파소 출신 외교관의 10대 아들은 리우데자네이루를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브라질리아에서 같은 학교를 다니던 소년 3명은 브라질 친구 1명과 학기를 마치고 닷새간 휴일을 즐기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 상황이었다. 사건은 이들이 리우데자네이루 해변에서 놀다가 이파네마 부자 동네의 어떤 건물에 들어가려고 할 때 전투경찰 차량이 다가오면서 일어났다. 경찰 두 명이 뛰어내리더니 그들에게 벽 쪽으로 얼굴을 향하고 서라고 지시한 뒤 총을 겨누고 몸을 수색했다. 경찰은 특히 외교관 아들인 흑인 소년 3명을 따로 지목해 거칠게 다뤘다.

이런 사실은 동행한 백인 친구의 어머니가 온라인에 올린 경찰 카메라의 동영상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 어머니는 “경찰이 우리 아들과 흑인 친구 3명을 다르게 대우했다”며 “우리 아들한테는 백인이어서 매우 점잖게 말한 반면에 아들의 흑인 친구들 이마에는 총을 겨눴다”고 말했다.

이들은 나중에 주의회 위원회에 제출한 성명에서 “경찰들이 마약을 찾는다는 이유로 매우 사적인 부분까지 보이라고 요구했다”며 “경찰이 검문을 마치고 떠날 때에는 우리보고 ‘돌아다니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또 검문당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들과 동행한 백인 친구의 어머니는 “영상과 증언, 아이들의 진술로 볼 때 명백한 인종차별이고 인종주의”라고 말했다. 가봉 대사의 부인은 언론에 “어떻게 경찰이 13살 아이의 머리에 총을 겨눌 수 있느냐”며 “우리는 브라질의 사법시스템을 믿으며 정의를 원한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건이 외교적 논란으로 번지자 브라질 외교부는 가봉과 부르키나파소, 캐나다 대사를 불러 공식 사과했다. 그리고 외교부는 리우데자네이루 주정부에 “철저히 조사해서 관련 경찰에 적절한 책임을 물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브라질 이사인 후레마 워넥은 “이들 10대 흑인이 겪은 일은 인종주의 말고는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며 “이런 일은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와 변두리, 빈민층, 흑인 거주 지역에서는 날마다 벌어지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불행하게도 이들 10대 흑인들이 겪은 야만이 처음도 아니고 불행히도 마지막도 아닐 것”이라며 “브라질에서 젊은 흑인이 안전한 곳은 없다”고 개탄했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경찰에 피살된 사람이 1300명에 이르며, 이 중 87%가 흑인이었다. 이번 일과 관련해 리우데자네이루의 전투경찰 당국은 당시 경찰 몸에 달린 카메라 영상을 분석해 “과도한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실제 수사를 담당하는 별도의 경찰 당국은 사건을 해당 부서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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