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와 논어 같이 읽으면 의미가 훨씬 풍부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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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4. 오후 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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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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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네가 곧 군자다’ 낸 장동식 목사
장동식 목사. 열린서원 제공

“성서와 논어를 함께 읽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복음, 네가 곧 군자다’(열린서원)라는 책의 저자인 장동식(59) 목사(전 광주 지혜학교 교사)는 2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성서와 논어를 비교하며 읽으면 두 경전의 의미를 서로 비판하며 해치기보다 보완하면서 풍성해진다”고 말했다. 이른바 ‘상보적 읽기’는 “이 산에 올라가 보니 저 산의 길이 보다 분명하게 보이”도록 하는 즐거움을 준다. 장 목사는 “성서의 눈을 가지고 논어를 볼 때, 보다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역도 가능했다”고 했다.

이 책은 장 목사가 2020년 ‘예수를 따르는 믿음의 길, 공자에게 배우는 학(學)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1년간 강의한 내용을 묶은 것이다. 광주 와이엠씨에이(YMCA)에서 100주년 사업의 하나로 연 ‘연경반’의 12회 강의록인 셈이다. 장 목사는 “경전과 저서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문자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질문을 던지며 함께 성찰하는 시간이었다”며 “마가복음과 논어에 나오는 다양한 구절을 서로 대비시키되 공통점을 찾아가며 읽는 기쁨이 컸다”고 말했다.

“예수와 공자는 시·공간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었지만, 공통된 인간 이해에서 출발했다.”

장 목사는 “예수와 공자 모두 ‘인간은 완전하지 않으며 약하고 어리석고 심지어 악하기까지 한 존재’라고 여겼다”고 했다. 하지만 “두 스승 모두 인간에게 이런 비참함을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봤고, 그 길을 보여주며 함께 걷자고 초대했다”고 덧붙였다. 장 목사는 “드러나는 양상이나 뉘앙스는 다를지 모르지만, ‘믿음의 길’(예수)과 ‘학의 길’(공자)이 어느 순간 만난다”고 말했다.

두 종류의 경전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예수는 겟세마네의 기도에서 “내게서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여 주십시오”라고 했다. 공자도 ‘배움은 스스로 갇히지 않는 것’(학즉불고·學則不固)이라며 스스로를 깨부쉈다. 장 목사는 “예수는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극적으로 자기를 부인하고 스스로 십자가를 지는 길을 보여줬고, 공자는 수십 년 삶의 간난과 신고 끝에 서서히 자신을 승화시켰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두 스승은 우리에게 자신들을 숭배하지 말고 험한 길을 스스로 걸으라”는 단순한 길을 제시했다고 장 목사는 강조한다.

장 목사는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한 뒤, 진보적인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 목사가 됐다. 대학 시절부터 서울 구로지역 민중교회 전도사로 활동했던 그는 1990년대 초반 서울 가리봉동 민중교회인 이웃사랑교회 목사가 됐다. 그때 대안교육운동을 접한 뒤, ‘문화쉼터 사랑마을’을 열었으나 아이엠에프 사태가 닥쳐 실패했다.

2000년 귀농해 24년 동안 담양, 남원, 화순 등지에서 살았다. 2007년 뜻이 맞는 목사, 스님, 학자들과 “학문과 수행, 그리고 실천을 지향하는” ‘솔성(率性)수도회’를 결성해 함께 공부했다. 솔성수도회가 광주광역시에 세운 철학·인문학 대안학교인 지혜학교에서 2018년까지 학생들에게 성서, 논어, 노자 등을 가르쳤다. 지금은 광주에 솔성연구실을 차려 낮에는 붓글씨를 쓰는 그는 밤에는 대리운전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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