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은 70대도 발 뻗기 힘들어”…5060 위한 ‘중년 쉼터’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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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2. 오후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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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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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담양군, 읍·면 6곳 운영
2일 담양군 대전면 행복문화센터에서 50~60대 주민들이 기타 연주 강습을 듣고 있다. 담양군 제공

“동네 경로당? 고령화 땜시 아흔살 넘은 성님들이 바글바글해. 나 거튼 꼬래비는 커피 심바람 해야 헌당께.”

2일 오전 전남 담양군 담양읍 옛 삼호다방 건물에서 만난 이종희(78·월산면)씨가 말했다. 담양군은 지난해 6월 132㎡(40평) 규모였던 옛 삼호다방을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눠 중년 쉼터 ‘군민 사랑방’을 조성했다. 사는 동네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왔다는 이씨는 “카페 가려면 커피값이 솔찬히 든다. 조용히 시간 보내며 신문 읽기 좋아 자주 온다”고 했다.

중년 쉼터는 경로당을 가기엔 아직 쭈뼛쭈뼛한 50~60대 ‘신중년’ 세대를 위한 공간이다. 이씨처럼 동네 경로당에선 ‘막내’ 취급받는 70대도 온다. 이곳엔 커피메이커와 컴퓨터, 바둑·장기판, 안마의자, 신문과 책 등이 비치돼 있다. 군내버스가 오가는 터미널 인근이어서 군민 사랑방엔 하루 평균 30명 안팎의 중·노년들이 찾는다. 이날 사회적 연결 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아무개(65)씨는 “경로당은 65살 이상이면 갈 수 있지만, 주로 여성들이 많아 앉아 있으면 아무래도 불편하다. 이곳에 오면 좋은 강좌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담양군 대전면 행복문화창작소 1층에서 중년 쉼터 ‘대전 사랑방’ 개소식이 열리고 있다. 담양군 제공

중년 쉼터는 담양군이 향촌복지 시책으로 광주·전남에서 최초로 문을 연 50~60대 전용 쉼터다. 노인정과 경로당보다 복지관과 군 문화센터를 선호하는 ‘신중년’ 50~60대들의 취향에 맞게 조성했지만 40대들의 사랑방 구실도 한다. 이날 군민 사랑방에선 ‘귀촌 청년’ 3명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최현찬(40·수북면)씨는 “4년 전 군의 청년 창업 정책을 소개받고 담양으로 내려왔는데, 비슷한 처지의 지인들을 만나기에 좋은 장소”라고 말했다.

담양군이 중년 쉼터를 처음 선보인 건 지난해 1월이다. 담양읍 객사리에 있는 빈 경로당(52.43㎡·15평)을 활용해 내부 수리를 한 뒤 ‘관방천 사랑방’이라는 간판을 걸었다. 담양군은 올해 고서면, 창평면, 대덕면, 대전면 4곳을 추가해 6곳으로 중년 쉼터를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6곳 모두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2일 담양군 담양읍 중년 쉼터 군민 사랑방에서 주민들이 현미 강정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지난달 24일 대전면 ‘행복문화창작소’ 1층에 문을 연 ‘대전 사랑방’은 취미 생활을 곁들일 수 있는 중년 쉼터다. 이곳에선 대전면 행복문화센터가 통기타, 요가, 탁구, 우리춤, 제빵, 서각공예 등 14가지 취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문성희 대전면사무소 복지팀장은 “노인 취급 받기 싫고 스스로를 중년으로 여기는 60대 남성들이 많이 온다. 솔직히 마을 경로당에선 70대도 발 뻗고 쉬기 힘든 형편 아니냐”고 했다. 지난 4월 문을 연 고서면 문화복지센터 안 ‘고서 사랑방’도 주민들이 헬스기구와 도서관을 이용하고 차 마시며 담소하는 마을 명소가 됐다.

2일 오전 전남 담양군 담양읍 지침리 옛 삼호다방 자리에 있는 중년 쉼터 ‘군민 사랑방’에서 주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대하 기자

중년 쉼터는 군민 사랑방을 제외하고 모두 공공건물을 활용한다. 김진례 담양군 주민복지과장은 “도시도 그렇지만, 농촌은 특히 50~60대가 ‘낀 세대’여서 딱히 갈 만한 장소가 많지 않다. 면사무소나 문화센터 등 기존의 공공시설물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밝혔다. 담양군 중년 쉼터 6곳의 한해 운영비는 7900만원이다. 담양군은 “올해 10월 무정면 문화공간 ‘봉안정미소’에 중년 쉼터를 추가로 조성하려고 한다. 2026년까지 6곳을 더 만들어 12개 읍·면 전체에서 중년 쉼터를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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