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 사망’ 가해자, 확인서 작성 규정 어기고 구두 보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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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27. 오후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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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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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장·부중대장 구속 송치
지난 19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 마련된 육군 12사단 박 훈련병 시민 추모 분향소에서 휴가 나온 장병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육군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을 시킨 혐의를 받는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강원경찰청은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등 혐의로 중대장 등 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훈련(얼차려)을 실시하면서 규정을 위반하고, 실신한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박아무개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부중대장은 지난달 22일 훈련병 6명이 취침 점호 이후에 떠든 사실을 적발하고 사건 당일인 다음날 오전 중대장에게 구두로만 보고한 뒤 승인을 받고 군기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관련 법령에는 군기훈련을 실시하기 전에 대상자에게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해 사유를 명확하게 하고 소명 기회를 부여한 뒤 군기훈련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 하지만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훈련병 신체 상태나 훈련장 기온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부중대장은 이런 상태에서 23일 오후 4시26분께 보급품이 모두 지급되지 않은 훈련병들에게 군장의 공간을 책으로 채우게 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완전군장을 하도록 한 뒤 총기를 들고 연병장 두바퀴를 걷도록 했다.

뒤이어 나타난 중대장은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선착순 뜀걸음 한바퀴를 실시한 뒤 팔굽혀펴기와 뜀걸음 세바퀴를 잇따라 지시했다. 결국 박 훈련병은 뜀걸음 세바퀴를 돌다 오후 5시11분께 쓰러졌다.

하지만 중대장과 부중대장은 열사병으로 인한 위급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신속한 응급처치를 지체하는 과실을 저질렀으며, 의무대를 거쳐 민간병원으로 옮겨진 박 훈련병은 25일 오후 3시께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숨진 훈련병의 사인은 열사병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20여명 이상의 군과 의료 관계자 조사를 통해 군기훈련 과정과 의무대의 응급처치, 민간병원 후송 과정, 의료진의 진료내용 등을 면밀히 수사해 박 훈련병의 사망원인을 규명하고 피의자들의 혐의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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