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증세 반대’ 시위대에 발포…“최소 22명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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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26. 오후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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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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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표결 앞둔 의회에 시위대 난입
경찰, 최루탄·실탄 발사…수십명 사상
젊은 층 SNS서 주도…반정부시위로
25일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시민들이 증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나이로비/AFP 연합뉴스

케냐에서 증세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진압하던 경찰이 실탄을 발사해 최소 22명이 숨졌다. 젊은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도하고 있는 케냐의 증세 반대 시위는 반정부 시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25일 재정 법안의 표결을 앞두고 수도 나이로비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경찰이 이를 진압하던 중 적어도 22명이 사망했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부상자도 30여명 수준으로 전해졌다. 시위대가 표결이 이뤄질 의회로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이들에게 최루탄과 실탄을 발사하면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인권단체는 시위가 시작된 지난주 케냐에서 이미 2명이 사망했고 200명 넘게 다쳤다는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날 시위에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이복누나인 아우마 오바마도 참가했다가 최루탄을 맞고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이 미국 시엔엔(CNN) 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아비규환 상황에서도 의회는 찬성 195표, 반대 106표, 무효 3표로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윌리엄 루토 대통령은 2주 안에 법안에 서명하거나 법안 수정을 위해 의회에 송부해야 하는데, 의회로 돌려보내 수정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현지 신문 ‘스타’가 보도했다.

해당 법안은 정부 재정을 압박하는 과중한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27억달러(약 3조7천억원) 규모의 세금을 인상하는 것이 뼈대다. 지난주 법안 통과가 임박한 상황에서 ‘분노의 7일’로 이름 붙여진 광범위한 시민운동이 확산하자 정부는 애초 법안에 포함돼 있던 △빵에 대한 부가가치세 16% △식물성 오일에 대한 소비세 △생리대 등에 부과한 환경세 등을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시위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시위가 젊은층이 주도해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와 틱톡 같은 플랫폼을 통해 조직됐다고 짚었다. 시위대는 재정 문제가 정부의 부패와 방만한 지출 관리 때문이라며 루토 대통령의 퇴진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강경 대처를 경고했다. 루토 대통령은 이날 시위대의 의회 진입을 “반역”이라고 하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치안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아덴 두알레 케냐 국방장관은 “안보 비상사태”와 “중요 기반시설의 파괴”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을 지원할 군 병력을 배치했다고 말하는 등 정부와 시위대의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현지 케이티엔(KTN) 방송은 당국으로부터 시위 상황을 계속 보도하면 폐쇄될 것이라는 위협을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시위가 미국의 지지 속에 케냐가 자국 경찰 400명을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의 평화 유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파견한 날에 벌어졌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케냐 보안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나이로비 사태로 인해 케냐 경찰을 아이티에 더 파견하려는 계획이 방해를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전하면서도 “일부에서는 케냐가 보안 임무를 이끌 능력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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