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 해지 어렵게 하고 취소 수수료 숨겨”…미 정부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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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19. 오전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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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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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가입 땐 연간 요금제 유도
취소 수수료 청구 고객에 숨겨
어도비 “취소절차 간편” 항변
어도비의 생성형 인공지능 ‘파이어플라이’가 만든 이미지. 어도비 블로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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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수백달러에 달하는 해지수수료를 숨겨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다며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포토샵’ 등으로 유명한 어도비를 17일(현지시각) 고소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미 법무부는 이날 ‘온라인 쇼핑객 신뢰 회복법(ROSCA)’ 위반 혐의로 어도비에 대한 소장을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미 연방거래위원회는 어도비가 회원 가입시 ‘연간 요금제’ 구독을 유도하면서도, 정작 취소 때 ‘조기 해지수수료’ 명목으로 최소 수백 달러가 청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숨겨 고객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고객에게 간단한 구독 취소 절차를 제공하지 않은 것도 법 위반 사항으로 보고 있다. 취소하려는 사용자들은 여러 불필요한 페이지에 노출되며, 그 결과 “구독자가 성공적으로 취소했다고 생각하지만 요금이 계속 청구되는 경우가 많다”고도 지적했다. 전화 연결도 되지 않거나, 일단 전화 연결이 끊기면 다시 처음부터 설명해야 했다.

이날 연방거래위원회 소비자보호국장인 사무엘 레빈은 성명을 내고 “어도비는 숨겨진 조기 해지수수료와 수많은 취소 장애물을 통해 고객을 연간 구독에 가뒀다”며 “미국인들은 구독을 취소하려고 할 때 장애물을 설치하는 회사에 지쳤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소프트웨어는 패키지 프로그램인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다. 어도비는 원래 고객이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면 무기한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 라이선스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판매했으나, 2012년 이후 월별(월 89.99달러), 연간(월59.99달러) 또는 연간 선불(54.99달러)의 세 가지 구독 유형 중 하나를 선택하게끔 하는 구독요금제로 바뀌었다. 소장에 따르면, 어도비의 구독 서비스 매출은 2019년 77억 달러에서 지난해 142억 달러로 급증했다.

요금제 하단엔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으며, 수수료는 없다”고 쓰여 있으나, 별도의 상세 정보에는 “14일이 지난 후 취소하는 경우 환불되지 않으며, 서비스는 해당 월의 청구 기간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 법무부 소장 갈무리.

어도비는 연간 계약을 맺은 뒤 14일이 지나 취소하면 잔여 약정의 50%에 달하는 해지수수료를 물어야 하고, 연간 선불 요금제의 경우엔 환불해 주지 않도록 한 약관 때문에 2022년 12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약관규제법 위반으로 시정 권고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요금제 특성상 이미 할인이 반영돼 있다’며 1년 가까이 약관을 고치지 않았다. 2024년 현재 한국 어도비는 연간 선불 요금제 환불시 계약금의 10%와 월별사용금액을 뗀 잔여 금액을 환불해 주고 있다.

미 당국의 고소 사실이 알려진 뒤 어도비 쪽은 “구독 계약 약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취소 절차도 간단하다”고 항변했다. 앞서 어도비는 지난 14일(현지시각) ‘에이아이(AI) 기능’ 도입 뒤 오른 매출 실적을 공개하면서 주가가 약 14.51% 급등했는데, 소송 소식이 알려진 17일부터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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