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직접…농번기 외국인 노동자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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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12. 오후 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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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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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 ‘계절근로사업’ 강진군 선정
영암군,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추진
12일 오후 전남 강진군 신전면 봉양마을 앞 논에서 이용득씨와 베트남 근로자 레프억흥이 모내기하고 있다. 강진군 제공

“일손 부족했는디 먼 나라서 와서 도와준께 고맙지요. 겨우겨우 숨통이 트입니다.”

12일 오후 전남 강진군 신전면 봉양마을에서 만난 이용득(67)씨가 말했다. 그는 “농촌에 사람이 없으니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면 농사짓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같이 일해보니 부지런한데다 손도 야무지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씨는 이날 아침 7시부터 베트남 노동자와 함께 모내기에 쓸 모판을 이앙기에 옮기는 일을 하고 있었다. 지난 4월 한국에 처음 온 베트남 출신 레프억흥(32)은 “한국 농업이 베트남과 달라 처음엔 적응하기가 조금 힘들었지만, 지금은 괜찮다. 통역이 없어도 휴대전화 앱 덕분에 답답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모내기 작업은 오후 5시가 다 돼 끝이 났다.

전남 강진군은 올해 처음으로 농림축산식품부의 공공형 계절근로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은 지역농협이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을 고용한 뒤, 소규모 농가에서 하루나 이틀 단위로 일손이 필요할 때마다 파견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기존 농가형 계절근로사업의 경우 각 농가에서 직접 근로계약을 하고 숙소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소규모 농가에선 숙소 등 문제로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투입하기가 힘들어 인력난에 허덕여왔다. 영농철 부족한 일손을 덜어주려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초대’하기 위한 묘수를 짜낸 셈이다.

강진군과 도암농협은 4월22일부터 5개월간 베트남 노동자 20명을 계약직 형태로 고용해 마늘·양파 수확에 나섰다. 최지수 강진군 농정실 농정팀 주무관은 “강진 도암농협은 사설 인력중개소와 달리 중개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일당이 11만원으로, 평균 15만원보다 더 저렴하다”고 말했다. 강진군은 아예 직접 지난해 베트남 풍히엡현 및 허우장성과 계절근로자 도입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윤재선 도암농협 조합장은 “언어와 문화가 낯선 한국에 와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인권침해를 당하지 않고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겠다”고 말했다.

공공형 계절근로제로 전남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19곳 시·군 3846명에 이른다. 2017년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코로나19 사태 때 활용되지 못하다가 지난해부터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김길석 전남도 농업정책과 주무관은 “공공형 계절근로제 고용은 시·군이 총괄해 관리하고 있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암군도 계절근로자 300명을 멜론·고추·무화과·고구마 등을 재배하는 100여개 농가에 투입하고 있다. 영암군 쪽은 “지역 내 결혼이민자의 출신국 가족·친척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영암에 온 외국인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영암군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2025년까지 시종면에 48억원을 들여 50명이 생활할 수 있는 ‘농업근로자 기숙사’를 건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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